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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능 교사 보호해주는 정년제 문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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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 롤프 트루 판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교원 정년 보장제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려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한번 교사로 임용돼 2년만 지나면 평생 자리를 보장해주는 교사 종신재직제(tenure)가 학생들이 동등하게 교육 받을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주정부가 1921년 미국 내 최초로 만들어진 이 제도를 고쳐보려 그간 애를 썼으나 교사노조의 집단 반발에 부닥쳐 번번이 실패했는데 사법부가 이 제도에 제동을 걸었으니 논란이 벌어질 만하다.

 미국과 한국의 제도적 배경이나 교원의 지위 등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채 문제가 된 캘리포니아주의 교원 임용 및 종신재직제와 우리의 교원 정년 보장제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또한 우리의 62세 정년 보장 역시 위헌일 가능성이 있다거나 무조건 잘못이라는 추론도 적절하지 않다. 트루 판사가 문제 삼은 조항 중 교사를 줄여야 할 사유가 있을 때 나중에 들어온 신참 교사부터 자르는 ‘라스트 인 퍼스트 아웃(last in first out) 제도는 우리의 경우 없다. 교사가 형사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해고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게 우리의 상황이다.

 다만 교직의 안정성을 지나치게 보장해줄 경우 자칫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이번 판결이 주는 교훈이다. 우리 역시 교사 임용 후 3년이 지나면 연수를 거쳐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으며, 이후 정년을 보장해주고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라는 이름의 교원평가제는 전교조 등의 반대로 인해 실효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평가 결과가 인사와 급여에 반영되지 않는데 어느 누가 평가를 무서워하겠는가. 심지어 진보 교육감이 있던 전북은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교원평가마저 학교가 자율적으로 하라며 사실상 거부해 소송당하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 진보 교육감이 13명이 되면서 전교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헛돌 가능성이 크다.

 현행 우리의 교원 임용과 정년 보장제는 무능한 교사는 어떻게든 보호해주고, 젊고 유능하며 열의에 찬 예비 교사는 교단에 진입하는 기회마저 막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교원평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저질 문제 교사는 절대 걸러지지 않는다.

 정부는 교직의 안정성을 신줏단지 모시듯 중시하는 교원 관련 제도에 수술칼을 뽑아야 한다. 평가를 통해 문제 교사를 찾아내고, 이들의 퇴출을 통해 유능한 교사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첩경이다. 일본처럼 교사면허제를 도입해 임용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허 갱신 절차를 밟아 문제 교사를 걸러내는 방안도 검토해 보기 바란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고 한다. 교직의 질 보장을 위한 장치가 없는 정년 보장은 재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