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수석들은 민심 제대로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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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정무·경제·민정·교육문화 수석 등 4명을 교체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최근 사퇴한 것까지 감안하면 9명의 수석비서관 중 5명이 바뀐 대폭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대대적인 당·정·청 개편의 일환으로 이뤄진 인사다. 이번 인사에서 박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시켰다. 김 실장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몇몇 인사에서 검증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 대통령은 일단 청와대에 이어 금명간 있을 중폭 이상의 개각을 염두에 두고 국정운영의 공백을 피하기 위해 김 실장을 유임시킨 듯하다. 하지만 리더십의 변화를 요구받는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 아닌 수석들만의 교체로 국민 눈높이의 감동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로 임명된 수석들은 특히 정무적 감각을 예민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정무적 감각은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치권과의 관계를 긴밀히 갖추는 데서 시작한다. 외교관 출신인 전임 박준우 정무수석은 정치권 속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여의도 정치를 겉돌았다. 조윤선 신임 정무수석의 임무는 청와대에 정치의 피가 흐르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비전과 국정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정치권, 특히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스스로 국회의원 출신인 만큼 국회를 존중하는 청와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김영한 신임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박 대통령이 더 이상 인사 실패를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다. 관료·장군·법조인에 편향된 인사 기조를 극복해야 한다. 과거의 잣대에 연연해하지 말고 높아진 국민 수요에 상응하는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석들의 능력은 대통령의 용인술에 달려 있다. 박 대통령은 전화나 문서 보고보다 그들과 직접 만나는 전면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길 바란다. 새 진용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도 민심 파악 능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