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지진 안전 지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홍성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종래의 설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이나 중국 대륙에 비해 지진의 횟수나 강도가 작은 것은 명백하지만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지진 학자 「리히터」도 『한국과 같이 3세기 전에 안정 상태로 들어간 지역에서도 일련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바 있다. 한국도 1400∼1700년에는 수많은 지진이 발생했다. 기록에 따르면 지진을 느낄 정도의 것만 해도 이 기간 중에는 연2백회 이상 되는 것으로 학자들은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 약3백년 동안 지진 활동이 거의 없다가 76년부터 늘어나기 시작, 올해는 19번이나 나타남으로써 심상치 않은 불안감을 던져 주고 있다. <홍성 지진 상보 7면·화보 6면>

<원인>지각판 이동 따른 상호 작용 탓
서정희 교수(서울대·지구 물리학)는 이 같은 지진은 앞으로 더욱 잦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판구조 운동설(Plate Tectonics)로 설명된다.
지구에는 두께 30㎞ 정도의 지각판(지곡판)이 10개정도 있다. 이들이 지구 내부의 액체 위를 회전하면서 떨어지고 충돌한다. 지진은 이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
서 교수는 이처럼 지각판이 이동 운동을 하면서도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약3백년 동안 큰 지진 없이 축적된 힘이 최근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한국은 「인디언」판·「필리핀」판·태평양판 등 3개의 지각판의 운동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1년에 2∼6㎝의 수평 운동을 한다. 이러한 운동의 결과 3백년간 축적된 힘이 결국 빈번한 지진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은 지진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진대>동·서·남해에 지진대 형성|지리산∼대구간의 양산 단층선이 활발
한국은 지진 발생의 구조로 보면 서해안과 남해안·동해안 지진대로 나눈다. 그런데 이번 홍성처럼 서해안 지진대는 진원이 5∼10㎞ 정도로 낮기 때문에 피해가 많다. 서울도 서해안 지진대에 속한다.
서 교수는 특히 지리산에서 대구 지역에 이르는 양산 단층선 일대는 비교적 지각운동이 활발한 지역이어서 이 지역은 위험한 지역이라고 했다.

<문젯점>공인 관측기는 중앙 관상대에 하나뿐
김소구 박사(자원개발연구소 선임연구원)는 한국이 이미 지진 안전권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지진 관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지진의 발생 빈도나 지역을 기록함으로써 그 대책도 나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지금 고층 「아파트」등 대형 구조물의 설계에는 지진에 대비한 시설을 해야 할 것이라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는 지진계가 서울과 광주 두곳에 있으나 세계 지진 관측망(WWSSN)이 인정하는 지진 관측 기구는 서울의 국립 중앙 관상대에만 있으며 판단 자료의 미흡으로 고층건물의 건축에도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서울의 지진계는 진도3 이상은 측정할 수 없어 진도가 높은 지진을 측정할 수 있는 지진계를 도입, 지진계의 설치 지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 지진 연구는 물론 지진 대피 훈련도 해야 한다고 이들 학자들은 지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