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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류에 휩싸인 일본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가을바람이 불면서 일본경제에 찬 기운이 흐르고있다』고 말할 정도로 현재 일본은 수출감소가 가져올 파국적인 공포에 전전긍긍 하고있다.
30일자 일본시사주간지『다이어먼드』는 특집을 통해『공포의 수출부진』이란 제하로 수출감퇴가 앞으로 일본경제에 던져줄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특유의 엄살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일본경제계에 흐르는 분위기는 자못 심각한 듯하다.
이제까지 일본경제에 있어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단적인 예로 76년과 77년의 실질성장률 5.8%, 5.5%에서 수출을 제외하면 각각 2.7%, 3.8%로 떨어지고 마니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절반이 넘는 셈이다.
이와같은 수출이 올해들어 4월 이후는 계속「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4∼6월까지 「마이너스」3%였던 수출증가율이 7∼8월에「마이너스」8%로 확대됐다.
또 연말이나 내년에도 13개 대형수출상사의 수출 계약고를 기준으로 보면 더 감소할 전망을 나타내고있어 가히 일본의 수출감소는 일본경제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같이 수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엔」화 가치 급등에 있다.
이제까지 미일간의 경상수지가 제일 균형을 이루었던 73년을 기준으로 그후 5년간 양국의 상대물가를 보면 일본의 물가는 미국보다 약20%가 떨어졌다. 당시의 대「달러」환율이 「달러」당 2백71「엔」이었으니까 이것을 현재수준으로 환산하면「달러」당 2백20∼2백30「엔」선이 된다. 따라서 현재의「달러」당 2백「엔」선은「엔」의 실력을 뛰어넘어 지나치게 과대 평가된 것이다.
8월말 대화증권 조사부가 행한 주요1백 개 상품수출 경쟁력조사에 따르면 무 이익이나 결손수출상품이 1년전의 27%에서 64%로 급속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달러」=2백「엔」대가 올해 말까지 계속되는 경우 수출은 대폭 감소될 것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월에는 3%, 7∼9월에 15%감소, 10∼12월에는 17%감소, 내년 1∼3월에는 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78년 전체로는 15%전후의 수출감소가 불가피하다.
수출감퇴의 영향은 소비재에서 생산재까지 확대되어 직접적인 위축효과를 가져온다. 반면 공공투자의 파급효과가 경제 각 부문으로 확산되려면 시간이 걸리므로 여기서 나타나는 「갭」이 당면 최대문제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한층 더 축소경영 경향이 강해지고 개인소비도 정체된다.
서독의 경우도「마르크」가치급등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어 버린 것을 고려하면 일본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서독은 산업계가 기술개발의욕을 상실, 자본의 해외유출이 진행되어「마르크」급등에 의한 불황이 다시「마르크」급등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겪었다.
최근의 일본경제는 서독의 그것과 너무 흡사하다. 그러나 복전 수상은 아직도 자신 만만, 물가안정·국제수지균형을 자만하고 있다. 서독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수출감퇴를 표면화하는 것이 극히 위험한 일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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