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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일가 독재 30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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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로써 북괴에 김일성이 정권을 만들어낸지 30년이 됐다. 북괴는 이날을 소위 9·9절이라 부르며 여러 나라의 대표단을 불러들여 안팎으로 떠들썩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북괴 30년 사는 김일성의 1인 독재 체제 구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1인 체제-유일 체제-우상화-세습화 계획으로 이어지는 김일성 체제는 다른 공산 독재 국가 중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폐쇄적이고 전제적인 성격 때문에 흔히 「김일성」적 일국 사회주의 체제로 규정된다.
북괴는 최근 경제난이 겹쳐 한국에 비해 경제력에서 훨씬 뒤지게 되고 김일성 우상화라든가 폭력 혁명 노선으로 외교적으로 고립을 가져오는 한편 체제 내부의 알력이 깊어지며 안쪽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북괴 정권의 내외적인 동요와 불안은 결국 30년에 걸친 김일성 독재 체제에서 누적된 모순이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정 면에서 김일성은 자신의 우상화 작업과 함께 족벌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장남인 김정일을 후계자로 삼아 권력의 세습화를 꾀하고 있다.
김일성이 몇년 전 김정일을 후계자로 양성하면서 세대 교체를 기도했던 것은 실은 대중의 불만의 표적을 자기 아닌 노장 집권층에 돌려 이들을 제거하려는 새로운 숙청 방법으로 풀이 됐었다.
경제면에서는 74년부터 「사회주의 건설 대진군」이라는 대 동원 정책 아래 7개년 경제 계획을 수립했으나 「명령 경제」적인 성격에 사상 편중과 소위 주체 사상을 내세워 외부 선전 기술 도입을 외면함으로써 기술의 낙후를 면치 못해 실패하고 있다.
북괴 경제의 파탄은 일본 및 서구에서 20억「달러」이상의 외채를 지고도 이를 갚지 못해 여러 해에 걸쳐 연기하고 있는 사실이 실증해 준다.
사회면에서는 가족 제도가 파괴되었으며 김일성의 우상화를 위한 「김일성 주체 사상」의 주입 등 교육의 획일화를 꾀하고 있다.
주민들의 식생활은 농업 낙후로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 곤란을 겪고 있다. 북괴의 식량 배급량은 1일 3백50g에서 8백g까지 배급해 왔으나 최근 들어 1백g씩 감량 지급하고 있으며 지난 50년부터 전쟁 준비를 위한 1백만t 식량 비축 정책을 실시해와 주민들은 극도의 식량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북괴의 대외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중소 등거리 외교와 「자주 노선」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중소의 틈바구니에서 방황하여 왔는데 최근 중공에 화국봉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중공 쪽에 기울고 있는 듯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북괴와 소원한 소련이 세계 보건기구 회의에 한국 각료와 기자의 입국을 허용한 것은 북괴 외교에 시련이 있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북괴의 대남 정책은 항상 「평화 통일」 정책과 「적화 통일」 정책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위장, 번갈아 내세워 왔는데 남북 대화의 일방적 단절·한국의 경제 교류의 거부 등 적화 통일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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