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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힐러리는 대선, 미셸은 상원의원 도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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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2일 로드아일랜드주 노스킹스타운에서 열린 미 해군 최신 핵잠수함 일리노이호의 용골 거치식에서 철제 명판에 새겨진 자신의 이니셜을 보고 놀라고 있다. 용골 거치식은 선박의 건조를 시작하는 의식이다. 미셸의 왼쪽은 이니셜을 새긴 용접공. [노스킹스타운 AP=뉴시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의원 선거에 출마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 워싱턴 정가에선 지금 이런 가설이 심심찮게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그 주인공이다. 가설은 끝내 언론을 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셸이 2016년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칼럼을 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는 2017년 1월까지로 2016년이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현재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딕 더빈과 공화당의 마크 커크다. 미셸은 이 중 커크 의원의 자리를 노릴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셸이 출마할 것이라며 로이터가 든 근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커크 의원의 선거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지냈다. 미셸은 일리노이주의 정치 1번지인 시카고에서 시장 보좌관을 지내는 등 지역 정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뜨기 전 미셸의 영향력이 더 컸다. 2016년 11월 치러질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커크 의원을 누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고 이 지역 민주당 인사들은 꼽고 있다. 2012년 NBC방송이 실시한 가상 여론조사에서 51 대 40으로 미셸이 앞선 일도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미셸의 정치 행보는 보폭이 커지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기금 모금행사에 오바마 대통령과 별도로 초청받는 빈도가 늘었다. 지난달에는 5곳의 고등학교에서 졸업 축하 연설을 했다.

 미셸은 지난 2일 자신이 스폰서를 맡은 미 해군 핵잠수함 일리노이호의 용골 거치식에도 참석했다. 용골(keel)은 선박의 뼈대에 해당하며, 용골 거치식은 선박 건조에 착수하면서 갖는 의식이다. 미 해군은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신인 미셸에게 2012년 스폰서를 제안했었다. 선박의 스폰서는 배의 성공적인 건조를 축하하고 이름을 짓는 명명식의 주인공이다. 미셸은 자신의 상원의원 출마설에 아직은 손을 내젓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에 칼럼을 쓴 케이스 코플러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달리 미셸은 여전히 60% 이상의 호감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미셸을 민주당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셸이 출마한다면 퍼스트레이디 출신으로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2호 정치인이 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뉴욕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내 이미 그 코스를 밟았다. 힐러리는 2016년 대통령 선거의 가장 강력한 출마 예정자 중 한 명이다. 그는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이 10일 발간되는 것과 때맞춰 뉴욕시 유니언 스퀘어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북 투어 행사를 벌인다. 이미 지지자들은 ‘힐러리 버스’를 준비한 채 선거캠페인을 방불케 하는 전국 투어를 계획해 놓고 있다. 북 투어에 앞서 가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올 연말에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인 로브 그레이는 8일 “ 미셸이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면 같은 시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힐러리에겐 악재가 될 수도 있다”며 “ 민주당의 선거 참모들이 힐러리 캠프에서 미셸 캠프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세계 여성들 중 힐러리와 미셸을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6위, 8위에 각각 선정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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