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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와 숙취 사이 … 양아치스럽게, 싸이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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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싸이의 신곡 ‘행오버’ 뮤직비디오. 한국의 음주 문화를 코믹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싸이와 미국의 유명 힙합 가수 스눕독(오른쪽)이 사우나에서 숙취를 푸는 장면.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싸이(37)가 돌아왔다. ‘젠틀맨’ 이후 1년 만이다. 신곡 ‘행오버(HANGOVER·숙취)’를 들고서다. 9일 오전 8시 15분에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했고, 오후 1시(미국 동부시간 9일 0시) 아이튠스로 디지털 음원을 차례로 발표했다.

 ‘젠틀맨’은 국내 콘서트와 기자 회견으로 활동을 개시했었다. ‘행오버’는 그 시작부터 달랐다. 그가 자칭해 온 ‘국제 가수’로서의 길을 본격화한 셈이다. 컴백 무대로 국내가 아닌 미국 abc 인기 토크 프로그램 ‘지미 키멜 라이브쇼: 게임 나이트’를 선택했다. 음원도 아이튠스와 독점 계약해 국내 음원사이트에선 유통하지 않았다.

 신곡에 대한 반응도 국내를 넘어섰다. 유튜브 조회 수는 공개 10시간 만에 300만 건을 돌파했고, 답글과 ‘리액션 영상’(뮤직비디오를 보는 시청자의 반응을 찍은 것)이 전세계 곳곳에서 올라왔다.

위부터 차례로 중국집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 도미노 폭탄주를 만드는 싸이, 노래방에서 춤을 추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모델 정하은.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세계시장 정조준=올 여름 정규앨범 발표를 앞두고 선공개한 곡인 ‘행오버’는 ‘강남스타일’ ‘젠틀맨’과 달리 랩 파트가 중심이 된 정통 힙합에 가깝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멜로디 라인이 없고 전체적으로 기복은 적고 반복이 많다. 특히 미국 유명 힙합 가수인 스눕독(43)이 작사 및 피처링에 참여해 해외 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스눕독은 미국 힙합 1세대로 투팍(1971~96), 닥터 드레(49)와 함께 서부 힙합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힙합 아티스트다. 싸이는 ‘지미 키멜 라이브쇼’에서 “전화로 스눕독에게 피처링을 제안했고, 제목을 물어보길래 ‘행오버’라고 답했더니 그가 응했다”며 “서로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있어 각자 파트를 만들고 전화와 인터넷으로 소통했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엔 만난 적이 없다”고 협업 과정을 설명했다.

 가사도 이전과 달리 영어로 썼다. ‘Pour it up, drink it up, live it up, give it up’ 등 만취와 숙취를 오가는 영어 가사 사이에 ‘꾀꼬리 못 찾겠어’ ‘안 예쁘면 예쁠 때까지’ ‘받으시오’ 등 한국 가사를 양념처럼 섞었다. 스눕독이 랩을 하는 비중도 절반 가까이 돼 흡사 듀엣처럼 보인다.

 평은 엇갈린다. “자세히 들어야 한국어가 있는 것을 알 정도로 외국 힙합 곡 같다. ‘젠틀맨’보다는 성공할 것으로 본다”(소니뮤직 이세환 차장)며 낙관하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색소폰과 연계되는 지점의 리듬은 중독성 있게 잘 뽑았으나 전체적인 수준은 지금 해외 시장에서 잘 되는 곡들에 못 미친다”(배순탁 음악평론가)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 술문화 다룬 뮤비=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수 20억 건을 넘어선 ‘강남스타일’의 성공 방정식을 따랐다. 차은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올해 초 인천 등지에서 스눕독과 함께 촬영했다. 실내포장마차와 중국집에서 질펀하게 폭탄주를 마시고 노래방에서 즉석 만남을 갖고, 편의점과 사우나에서 해장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지난 연말 공연에서 싸이가 “신곡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다운 ‘양끼(양아치 같은)’있는 노래를 만든다”고 했던 것이 실현된 셈이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평가도 반반이다. 미국 빌보드 잡지는 “도미노처럼 술잔 쓰러뜨리기, 당구장에서의 쿵후, 소용 돌이치는 댄스비트, 그리고 스눕독이 있다”며 “재미있다”는 평을 내놓았다. 반면 ‘강남스타일’이 선사했던 풍자와 해학이 사라지고, 술 상표가 과도하게 노출됐다는 비판도 일었다. 김반야 음악평론가는 “5분짜리 술광고를 본 느낌”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뮤지션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데 너무 코믹하게만 설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싸이는 올 여름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대디’를 이어서 공개할 예정이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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