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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의 "낭만"이 사라진다 2∼3백년 넘은 고가 2천동 철거착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하이텔베르크」의 옛 건물이 사라진다. 「유럽」에서도 이름 높은 명승지 「하이델베르크」의 도서정화사업을 놓고 서독 전국에 여론이 비등하다.
물론 「하이델베르크」의 핵심인 성은 건드리지 않고 성과 「네카」강 사이의 「알트·하이델베르크」마을을 근대화시킨다는 계획. 그렇다 해도 마을 전체가 2, 3백년 전의 고건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알트·하이델베르크」의 건물은 하나같이 낡은 것뿐이다. 쓰러져가거나 상·하수도가 없는 것이 적지 않고 더구나 거미줄처럼 얽힌 소로들이 문자 그대로 구절양장, 도시자체로선 이미 오래 전부터 한계점에 이른 지역인 것이다.
따라서 1천명의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려도 주차장이 없어 대소동이며 간혹 건물도괴사건마저 발생하는 등 문젯점 투성이다.
이러한 「알트·하이델베르크」를 근대화시키자는 것이 최근의 움직임이다.
물론 이 정화운동이 어제 오늘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2차대전 이전에도 거론된바 있었고 50년대와 60년대에 각각 한차례씩의 논의가 있었다가 지난 75년 최종안이 확정돼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성의 아래쪽에 있는 꼬불꼬불한 샛길을 정리하기 위해 무려 2천여개의 건물을 헐어내고 현대식 모습으로 일신하자는 작업이다.
향후 3년간 투입될 정화비용은 자그마치 2억5천만 「마르크」(한화 약6백억원)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3분의 2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에서 부담한다.
때문에 담세율이 높아진데다가 당분간 아무런 장사를 할 수 없는 상인들의 입에선 2차대전때 미군이 깡그리 폭격했더라면 하는 자포자기가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보다 강력한 반대파의 주장은 「하이델베르크」의 대학생들. 삐그덕 거리며 올라가야 하는 운치높은 지붕방 하숙을 잃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낡은 집도 보존하자는 것이 목적.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알트·하이델베르크」의 정화작업은 보상으로 얽힌 법률문제와 여론의 반대로 시작되었다가는 중단되고 또 중단되었다가 슬그머니 시작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단 정부의 계획인 만큼 멀지않아 뒷골목의 옛 멋이 깡그리 사라질 날이 올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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