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전 갖는 재미화가 전광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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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미화가 전광영씨가 고국에서의 작품전을 갖기 위해 최근 귀국했다.
9월5∼12일 신세계미술관에서 갖는 개인전에는 대작 30여점을 선보일 계획으로 가슴 부풀어 있다. 『작년 초 소품을 조금가지고 와서 10년만의 인사를 드렸습니다만 너무 예에 벗어났던 것 같아요. 적어도 자기 소신을 밝힐 만한 큰 작품이어야 되겠기에 별러서 다시 왔읍니다.』
홍대를 나와 69년 도미했던 전씨는 이어 「필라델피아」 미대를 거쳐 간다와 염색을 공부했다. 그의 화면이 날염을 한듯한 보드라운 느낌을 주는 것은 그가 걸어온 채색감각에 연유하는 듯 싶다.
『유혹도 많이 받았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자신 있게 기반을 잡았다면 2, 3년 내의 일입니다. 운이 좋았는지 몰라도 자신이 쉴틈 없이 일한 것은 사실이죠. 지금 가지고 있는 작품만도 7백여점을 제작해 쌓아 놨으니까요.』 그가 거주하는 「필라델피아」는 물론 「뉴욕」의 새 명소가 된 미술가의 마을 「소호」에서 「로터리」 「홀리·솔로몬」 「루이스·마이셜」 화랑의 초대전을 75년이래 갖고 있다. 내년 2월에는 「이탈리아」 남부 「말타」 박물관의 개인전 초대를 받기까지 했다.
『걸작을 내기 위해 제작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생활 속에 피부로 우러나는 작품이라야 전체의 「나」가 보이게 되지요. 하루아침에 유명해질 수 없듯이 장기간에 걸친 합리적 추이없이 작품세계가 변화될 수도 없읍니다.』
철저한 장사꾼인 이방의 화상들 속에서 스스로 긍지와 신망을 가꿔왔다는 전씨는 첨단적인 추상작업을 거부했다. 그는 당초 퇴색된 고궁의 벽이 가진 「컬러」에 심취했고 거기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에 씻긴 자국이 곧 그의 작품의 주제.
이미 그의 화면에선 추억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으나 불규칙하게 단절되고 흑은 확대된 선들이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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