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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월드컵 … 성적은 선수 몸값 순이 아니더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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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23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별 리그 H조 1차전에서 스위스가 스페인을 1-0으로 누르자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09년 말, 포르투갈의 축구경제학 연구기관 풋볼파이낸스가 발표한 남아공 월드컵 참가국 32개 팀의 가치 평가에 따르면 스페인은 선수단 몸값이 5억6500만 유로(약 9666억원)로 전체 1위였다. 반면 스위스는 1억1500만 유로(1967억원)로 전체 14위. 스페인의 4분의 1 수준이었지만 승리를 거머쥐는 이변을 연출했다.

 프랑스와 개최국 남아공의 A조 최종전도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힌다. 몸값이 3500만 유로(약 598억원)로 32개 팀 중 30위에 불과한 남아공이 3위 프랑스(4억5000만 유로)를 2-1로 제압했다. 남아공은 12배의 몸값 차이를 극복했다.

 그렇다면 몸값과 승부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까. 남아공 월드컵 몸값 상위 16개국 중 몇 팀이나 16강에 올랐는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9팀은 통과했고 7팀은 탈락했다.

 1위 스페인을 비롯해 2위 브라질(5억1500만 유로), 4위 잉글랜드(4억4000만 유로), 6위 아르헨티나(3억9000만 유로) 등은 무난하게 16강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3위 프랑스와 5위 이탈리아(4억 유로)는 고배를 들었다. 몸값이 낮은 하위 16팀 중에서 16강에 오른 팀은 18위 멕시코(9500만 유로), 19위 파라과이(9000만 유로), 24위 미국(5500만 유로) 등이다. 26위였던 한국(5000만 유로)도 당당히 16강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은 16강 진출국 중 몸값이 가장 낮은 팀이었다. 결승에선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며 몸값 1위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월드컵 때마다 가장 비싼 팀이 정상에 올랐던 것은 아니다. 8년 전인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최고 몸값을 자랑한 팀은 브라질이었다. 대회 기간 중 트리뷴미디어서비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선수단의 시장가치는 3억3200만 달러(약 3180억원)였다. 그러나 브라질은 8강에서 5위 프랑스(2억4200만 달러)에 졌고, 우승은 시장가치 3위의 이탈리아(3억1700만 달러)가 차지했다.

브라질 월드컵 출전팀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선수로 꼽힌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그의 시장가치는 우리 돈 1812억원. 한국 대표팀 전체 몸값의 2배가 넘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로이터=뉴시스]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도 참가국과 선수의 몸값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독일의 축구 이적료 평가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를 보면 참가 선수 중 가장 비싼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다. 메시의 시장가치는 1억560만 파운드(약 1812억원)에 달한다.

 가장 몸값이 높은 팀은 역시 브라질이다. 축구 전문매체 더스코어닷컴이 선수들의 연봉, 기록, 나이, 최근 성적을 토대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7억1829만 달러(약 7358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대회 우승팀 스페인이 6억7356만 달러(약 6900억원)로 2위, 아르헨티나가 6억5448만 달러(약 6705억원)로 3위였다.

손흥민

 한국이 속한 H조에서는 벨기에가 4억6785만 달러(약 4793억원)로 가장 높다. 전체에선 7위다. 러시아는 2억6196만 달러(2683억원)로 11위, 알제리는 1억493만 달러(1075억원)로 25위다. 한국은 8332만 달러(약 853억원)로 27위에 그쳤다. H조 선수 중에는 벨기에 공격수 에덴 아자르(23·첼시)가 4500만 유로(약 624억원)로 가장 비쌌고 한국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는 손흥민(22·레버쿠젠)으로 1400만 유로(약 194억원)로 나타났다. 몸값으로만 따지면 한국팀은 메시 한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벨기에의 5분의 1, 러시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보듯 몸값과 결과가 늘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왜소한 다윗이 거대한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도 있는 게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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