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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 외상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비동맹국 전체 외상회의가 8개항의 정치선언을 발표하고 지난달 31일 폐막됐다. 이 회의는 오는 9월의「유엔」총회를 내다본 비동맹국들 상호간의 전략 회의적 성격을 띠고 있었고, 내년 9월로 예정된「아바나」정상 회담을 위한 예비 회담 적인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었다. 그 어느 것이든, 오늘의「비동맹 세계」의 풍향을 추정 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였음에 틀림없다.
회의의 토론 양상과 회담장의 분위기 및 최후에 발표 선언문의 채택 과정을 두고 볼 때, 우리가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사실엔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비동맹이란 개념자체에 대한 각국의 해석이 더 이상 조정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화해졌고 분열됐다는 사실이다.
본래 비동맹운동 창시자들의 비동맹 관은 미·소 어느「블록」에도 가담하지 말자는 동질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몇몇「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한 나라들은 제각기 소련이나 중공을 업고서 상대방을 미국의 앞잡이다, 소련의 앞잡이다, 또는 중공의 괴뢰다 하는 식으로 서로 비난, 회의를 분열시켰다.「쿠바」의「아프리카」무력개입을 두고서「소말리아」는「이디오피아」와「쿠바」를 축출하자고 주장했고,「캄보디아」는「베트남」을 추방하자고 했으며,「베트남」은 중공을 패권주의자라고 지탄한 것이다.
이 권력 정치적 대결상과「이데올로기」적 편향 속에서 비동맹 본래의 단결이나 독자성은 이미 매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두드러진 사실은, 소련「쿠바」의 비동맹 편승 기도가 온건파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것과 마찬가지로 북괴의 편승 전략 또한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들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의 강양욱의「네팔」방문을 위시해 북괴는 금년 들어 연50여 비동맹국에 고위급 외교사절을 파견해 이번 회의를「친 북괴」로 유도하려 부심 한바 있다.
그러나 결과에 있어,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을 주한 미군에 전가하려던 북괴 측의 선언문 초안은 폐기되고 그 대신『한반도 분단 상이 긴장고조의 원인』이란 말로 대치되었다.
통일문제에 관해서도『북괴의 정책을 지지한다』대신「코리언·피플즈」란 보다 추상적인 용어가 채택되었다.『전체 남북한 국민의 이익과 자유의사를 감안, 외 군 철수·「유엔」사 해체·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를 희망운운』한귀절 역시 완전히 친 북괴로 기울었다 하기엔 상당히 모호한 표현이다.
이런 용어와 어법은 물론 전폭 친 한국적이라 하기는 무엇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친 북괴적이라 하기도 분명 어렵게 되어있으며 몇 해전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그 온건 화 추세는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점에서「비동맹 세계」의 대 한반도 인식이나 대 한국 관은 상당히 현실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고. 적잖이 시정·개선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론 비동맹의 실리추구 경향, 소련에 대한 경계심, 북괴 정치선전의 한계성 및 한국외교「팀」의 노력 중 여러 가지를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러한 정세 변화와 기회확대를 우리외교가 과연 얼마나 잘 지속적으로 선용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외교는 본격적인 전방위 외교실천에 맞는 의식·발상·전략·전문진의 확충에 한층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 생각된다. 관서외교만은 아닌, 보다 다층 적인 외교활용과 보다 다양한 정치외교「채널」이 망라 돼야 할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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