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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우대금리 받으려다 눈 빠지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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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직장인 김태영(42)씨는 최근 한 은행 홈페이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을 봤다. 적금에 들면 최대 연 0.6%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마침 주거래은행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너무 낮아 다른 은행에 고금리 상품이 있는지 찾아보던 참이었다. 반색을 하며 해당 상품의 내용을 세세히 살피던 김씨는 그러나 곧 실망하고 말았다.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이 은행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야 할 뿐 아니라 향후 1년 동안 이 카드로 적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적금은 기본적으로 생활비를 아끼고 절약해 목돈을 모으기 위해 가입하는 금융상품 아니냐”라며 “그런데 적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추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면 적금에 가입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뱅킹 가입, 급여이체 … 조건 수두룩

 최근 들어 우대금리에 관심을 갖는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대금리는 말 그대로 은행이 고객에게 기본금리 외에 보너스처럼 추가로 지급하는 금리다. 고객 입장에서는 시중 금리가 장기간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대체 투자처도 마땅치 않아 단 0.1%포인트를 더 준다고 해도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대금리를 제대로 챙기는 것은 쉽지 않다. 각 은행들의 우대금리 지급 조건들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행태는 해당 은행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하는 고객에 대해서만 우대금리를 지급해주는 것이다. 인터넷뱅킹 가입, 자사 입출금통장과의 연계, 급여이체, 다른 예금·펀드·보험 상품 가입 등이 대표적인 전제 조건들이다.

 본지가 4일 4대 시중은행인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홈페이지에서 우대금리 지급 조건을 내건 일반 예·적금 상품(가입 대상 및 조건 한정 상품 제외) 71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와의 연계 없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35%인 25종에 그쳤다. 3분의 2에 가까운 상품이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해야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다른 상품과의 연계 없이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는 미미했다. 신한키즈플러스적금의 경우 기본 금리가 연 2.3%, 우대금리가 0.7%포인트로 최고 연 3.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대금리 중 0.6%포인트는 다른 상품과 연계 시에만 지급된다. 연계 없이도 지급되는 추가 금리는 어린이날 전후 등 특정일 예금 시 받을 수 있는 0.1%포인트가 전부다.

 우대금리 요건이 다소 과하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신용카드 이용액과의 연계 조건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의 우리V자유적금은 만기 시 고객이 사용한 우리V카드 사용액이 적금 총액보다 많아야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급한다. 하나은행은 아예 신용카드 이용액에 따라 우대금리를 차별화했다. 하나e플러스적금 가입 고객은 하나SK카드의 신용카드나 하나은행 체크카드로 적금 총액의 2배 이상을 쓰면 0.6%포인트의 추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카드 사용액이 적금 총액보다 많지만 2배에는 못 미칠 경우 추가금리는 0.3%포인트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월 100만원씩 1년간 적금할 경우 카드 사용액이 연 2400만원 이상일 경우 0.6%포인트, 1200만원 이상~2400만원 미만이면 0.3%포인트의 금리를 보너스로 받게 된다. 국민은행 가족사랑자유적금도 KB카드 사용액이 적금액보다 많아야 0.1%포인트를 더 준다.

 복잡한 조건들을 충족시켜 우대금리를 최대한 받았는데도, 생각보다 금리가 낮아 허탈해하는 고객들도 있다. 조사 대상 정기예금 상품 중 우대금리 지급 전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을 때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연 3%인 국민은행 스마트폰예금이다. 하나은행 주거래정기예금은 연 2.86%, 신한은행 커플정기예금은 2.85%, 우리은행 유후정기예금은 연 2.7%다.

 이는 일부 은행들이 기본으로 주는 금리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현재 은행권에서 기본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전북은행 JB다이렉트예금(연 3%)이다. 산업은행 KDB다이렉트하이정기예금이 연 2.85%로 뒤를 잇고 있다. 두 상품 모두 가입만 하면 아무 조건 없이 이 금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은행 측 “단골 고객 경우에는 유리”

 물론 더 높은 우대금리를 제시하는 상품들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김없이 금액한도가 설정돼 있다. 하나리틀빅 정기예금은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3.45%의 금리를 준다지만 1인당 500만원까지밖에 가입할 수 없다. 우리은행 적금 상품 중 가장 금리가 높은 우리스마트폰 적금(연 3.3%)의 경우에도 월 50만원의 가입 한도를 두고 있다.

 수시입출금 통장 역시 ‘우대금리 지급’ 조건이 있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기본금리가 연 0.1%인 국민은행의 KB스토리통장은 적용이율을 ‘최고 연 2.0%’로 기재하고 있지만 예금액 중 100만원에 대해서만 이 금리가 적용된다. 통장잔액이 1000만원이라면 900만원에는 연 0.1%인 기본금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아이터치우리통장 역시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 금리가 워낙 낮아 고객에게 이자를 많이 지급하지 못하는 점, 우대금리조차 복잡한 조건들을 충족해야 지급하도록 돼 있는 점 등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단골 고객의 경우에는 이런 우대금리 지급 조건이 유리할 수 있는 만큼 고객들이 입장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이용한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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