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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고 가라앉는데 … 철도공단, PST 400억어치 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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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코레일이 실시한 중앙선 망미터널(5.2㎞)의 PST 현장 점검 모습. 깨지거나 균열이 일어난 충전재가 342곳 확인됐다. [사진 심재철 국회의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균열 등 안전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철도 레일 자재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호남고속철도 등 10여 곳에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PST는 레일 아래 자갈 대신 미리 제작한 콘크리트 패널을 까는 공법이다. 레일 표면이 일정해지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표이앤씨가 국산화해 전량 공급했다. 현재까지 공사 수주액만 400억원에 이른다.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PST가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공단의 검증과 납품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철도공단은 2011년 삼표이앤씨와 PST 실용화 협약을 맺었다. 같은 해 8월 중앙선 망미터널(5.2㎞), 2012년 7월 경전선(반성~진주·7㎞) 구간에 시험 부설했고 호남고속철도(익산~정읍·10㎞)에도 지난달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코레일이 실시한 망미터널 현장 점검에서 균열이 발생하거나 깨진 충전재가 342곳 발견됐다. 경전선 구간도 개통 8개월 만에 최대 11㎜까지 가라앉거나 균열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점검에 참여한 강태구 자문위원은 검토 의견서를 통해 ‘현장 확인 결과 충전층의 간극이 발생하고 층 분리로 열차 운행 시 상하 진동하고 있으므로 망미터널에 적용된 PST는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철도시설공단은 호남고속철도에도 PST를 시험 부설(10㎞)할 계획이었다. 안전 PST에 문제가 있으면 일반철도보다 고속철도에서 더 심각한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철도시설공단은 같은 해 8월 성능검증심의위원회를 소집했다. 일부 위원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부적합’ 의견을 냈다. 하지만 공단은 11월까지 네 차례의 위원회를 추가로 열어 결국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에 참여한 관계자는 “문제가 확인됐는데도 공단이 몇 차례나 회의를 열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증언했다. 승인 조건은 ‘기존 PST를 보완하고 호남고속철도에 도입해 문제가 없을 때 최종 승인한다’는 것이다. 호남고속철도는 최근 부설을 마치고 올해 말까지 시험 운행을 한다.

 철도공단은 호남고속철도 외에 올해까지 동해 남부선의 부전~송정역 , 신경주~포항역 , 진주~광양역 복선화 사업 등 10여 곳에 삼표이앤씨의 PST 부설을 허가했다. 성능검증심의위에 참가한 위원은 “핵심 기술을 국산화 한다는 공단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안전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을 확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표이앤씨 노명수 전무는 "망미터널의 부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심의위원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이후 사업에서는 개선된 PST를 도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호남고속철 도입은 철도공단과 실용화 협약 때부터 약속된 부분이고 PST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10년간 650억원을 투자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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