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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투자엔 불황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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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강남 큰손들이 요즘 부동산에 투자를 안한다고요? 되레 투자 적기로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의 말이다. 이라크전쟁과 북핵 문제에 따른 경제위기감.새 정부의 분배정책 등으로 일부 부유층이 달러 등 외화 사재기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현대투자신탁증권 강남VIP센터 한정회 지점장은 "지난해보다투자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매입을 서두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은행 예금과 달리 시세보다 낮은 기준시가로 과세하는 게 보통이어서 특히 상속.증여세를 줄이는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강남 큰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물건은 강남권의 40억~50억원대의 근린상가와 소규모 빌딩으로 이런 물건은 기준시가가 10억~20억원대에 불과하다. 주로 매출규모가 큰 병원이나 음식점에 세를 놓는데 이 경우 임대료가 밀릴 걱정이 없다.

포시즌컨설팅 정성진 사장은 "연 8% 이상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소규모 빌딩 수요는 여전하지만 마땅한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엔 클리닉 빌딩이 인기다. 신한은행 고준석 재테크팀장은 "PB고객 중에는 강남구 압구정.청담.신사동 일대 근린상가를 매입해 성형외과.피부과 등 병원으로 임대하거나 직접 상점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많다"면서 "현재 클리닉시설이 들어설 만한 강남 일대 상가는 후미진 곳이라도 땅값이 평당 3천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주로 도곡동 타워팰리스.삼성동 아이파크 등 고가 상품을 좋아한다. 이들 아파트를 매입해 직접 거주 혹은 임대를 놓거나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몇채씩 신규 분양받는 것도 포트폴리오 대상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송파권의 저층아파트에 대해 여전히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게 PB담당자들의 설명. 다만 예전만큼 과감한 베팅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남 큰손들이 너도나도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부동산을 팔아 현금으로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증권사 PB고객인 이모(65)씨는 지난 한 해 동안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던 각 30억원 상당의 소형 건물 3채와 주식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돌렸다.

李씨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거품이 꺼진 일본의 상황과 비슷하다. 지금 국내 부동산 가격은 정점에 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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