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당 209「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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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엔」화가 「달러」당 2백9「엔」까지 치솟았다. 「엔」화의 상승은 오래 전부터 예상되던 것이기는 하나, 상승 「템포」가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다.
금년 초만 해도 「엔」화의 대「달러」환율은 최고 2백15「엔」선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되었다. 그러나 지난 4월 2백20「엔」선을 깨고 한동안 일진일퇴하다가 최근 (6월20일)에는 다시 2백10「엔」선을 돌파했다. 이래서 연말까진 2백「엔」선을 깰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엔」화의 상승은 7월 「본」에서 열릴 서방 공업국 경제 정상 회담을 앞두고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서방 공업국들, 특히 미국과 EC는 일본이 누증되는 무역 흑자 해소를 위해 효과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꾸준히 비판해 왔다.
물론 일본도 그 동안 수입 증가·수출 억제의 정책을 전혀 안 쓴 것은 아니지만, 경제 체질의 경직성 때문에 뚜렷한 실효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4월말까지 미국이 1백25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인데 반해 일본은 오히려 21억「달러」의 흑자를 냈던 건만 봐도 그들은 선진 공업국이 요구하고 있는 정상 수지의 균형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경제 체질을 가졌음을 입증한 셈이다.
따라서 내 7월 「본」 정상 회담에서의 일본에 대한 비판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이는데 따지고 보면, 이번 「엔」화 상승도 결국 이 같은 대일 공세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다.
「엔」화 상승에 대해 일본 은행이 비교적 방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정상 회담을 앞두고 일본 은행이 「엔」화 안정을 위해 의도적인 시장 개입을 하기가 어려운데 기인될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엔」화의 상승이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 누증과 「달러」에 대한 신인도의 저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지만 최근 「스위스·프랑」·서독 「마르크」 등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엔」화의 첨예적 상승은 대일 압력의 강화와 이를 예상한 국제 투기꾼들의 「엔」화 대량 매입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금년 들어 최근까지 약 5개월간의 주요 강세 통화의 상승률을 보면 서독 「마르크」가 0·3%, 「스위스·프랑」이 5·1% 오른데 비해 일본 「엔」화는 13%나 급등했다.
그러나 「스미소니언·레이트」에 비해선 「스위스·프랑」이 1백2%, 서독 「마르크」가 54% 올랐으나 「엔」화는 43% 밖에 오르지 않았다.
따라서 최근의 「엔」화 상승은 옛날에 덜 오른 것에 대한 반등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소의 일진일퇴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엔」화는 계속 상승세를 보일 젓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의 정상 흑자가 축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EC의 대일 압력은 계속될 것이며 이것은 다시 「엔」화의 상승을 자극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무역·경제 등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엔」화의 상승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파문으로 나타날 것이다.
원론적으론 「엔」화가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이 유리하고 수입 및 차관 상환에 불리하나 현실적으로 볼 때, 원자재와 기계류의 대일 수입이 매우 경직화되어 있으므로 「엔」고는 원자재 값 상승을 자극하여 이것이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다.
벌써 대일 원자재 수입 가격은 눈에 띄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엔」고로 인한 일본 국내 불경기와 수출 부진은 한국 상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더욱 강화할 계기가 될 것이다. 「엔」고 사태에 대한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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