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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노초보하' 오색 채소·과일 하루 세 번 먹으면 건강지수 U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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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색깔의 채소·과일을 활용한 요리는 면역력을 높이는 식물영양소를 아이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팝스타 마돈나는 채식주의자로 유명하다.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의 정원을 텃밭으로 가꿔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갖가지 색깔의 채식을 맛본다고 했다. 서양에서 불고 있는 채식 열풍의 한 단면이다. 이들이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는 ‘식물영양소’다. 반면에 예부터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지켜 온 우리나라는 육식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에 젖어 있다. 어린이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급증하는 배경이다. 우리 아이를 지켜낼 식물영양소 요법을 알아본다.

2012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수록 채소를 기피했다. 2009년 이후 탄산음료 섭취율은 줄지 않고 있다. 18세 이하의 남아 10.7%, 여아 8.3%가 비만이다. 5명 중 1명은 아침식사를 걸렀는데, 10~20대의 결식률이 가장 높다. 채소·과일류를 1일 에너지 권장 수준 이상 섭취하는 비율은 전체 6.7%에 불과하다(2008 국민건강영양조사). 식생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다. 정혜경(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육류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은 대사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50대의 50%, 60대의 60%, 70대의 70%가 대사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서양에서는 ’메타볼릭신드롬’ 즉, 내장지방증후군이라고 표현한다. 정 교수는 “식습관이 무너지면 대사증후군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라며 “어릴 적부터 식물영양소가 든 채소를 섭취해 대사증후군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민은 김치를 많이 먹어 채소 섭취량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식습관도 바꿔야 하지만 ‘색깔’도 바꿔야 한다”며 “한 가지 위주의 채소로 편식하는 것 역시 좋은 식습관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색·향·맛 진할수록 식물영양소 듬뿍

다양한 색깔의 채소·과일을 먹으면 암과 만성질환의 위험도를 낮춘다. 식물영양소 때문이다. 식물영양소란 식물이 해충이나 주변 동물,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방어물질이다. 식물은 오랜 기간에 걸쳐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진화했다. 가령 곰취·쑥 등 나물의 쓰고 매운맛 성분은 식물영양소로 보면 된다. 색·맛·향이 강할수록 식물영양소가 풍부하다.

강력한 항산화력을 지닌 식물영양소는 인체가 건강을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미네랄·물 등 6대 영양소에 이어 식물영양소를 제7의 영양소로 분류하는 배경이다. 보통 식물영양소는 빨간색·노란색·초록색·흰색·보라색(검은색 계열 포함)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암 예방을 위해 채소·과일을 섭취하자는 ‘파이브 어 데이(5 A DAY)’ 캠페인을 펼쳐 왔다. 우리나라도 어린이 식습관 불균형 개선을 위한 식물영양소 섭취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암웨이와 한국영양학회는 1년여에 걸친 전국 초등학생 대상 조사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2012년 어린이 영양지수(NQ)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부터는 다섯 가지 채소·과일을 하루 세 번 섭취하자는 ‘5·13’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빨간색 - 채소·과일에 든 대표적인 식물영양소는 리코펜·엘라그산이다. 리코펜은 토마토·수박에 많이 들어 있다. 노화 속도를 늦추고, 위·간·전립선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엘라그산은 라즈베리·딸기·크랜베리·석류에서 발견된다. 노화 지연에 탁월하다. 자두·오미자·복분자·팥·대추도 대표적인 빨간색 식재료다.

노란색 - 식물의 알파·베타-카로틴과 베타-크립토산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된다. 눈·피부의 건강을 돕고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이끈다. 헤스페리딘은 오렌지·자몽·레몬·귤·페퍼민트에 많은데, 심혈관 건강을 지켜준다. 패션프루트·당근·호박·파파야·파인애플·옥수수 등이 대표적인 노란색 식재료다.

초록색 - 식물에 들어있는 이소플라본은 노화 지연에 도움을 주며 심장·뼈·세포 건강에도 좋다. 에피칼로카테킨 갈레이트는 콜레스테롤 수치와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해 준다. 루테인과 지아산틴은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시금치·피망·물냉이·상추·브로콜리·완두콩·녹차·케일이 대표적인 채소다.

보라색 - 식물의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와 엘더베리, 청색 및 자주색 식품에 풍부하다. 노화 속도를 늦추고 심장 건강을 유지해 준다. 적포도에 많은 레스베라트롤은 심장 건강에 좋다. 프랑스인은 식사 중 와인을 적당히 마시는 덕에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낮다. 이러한 ‘프렌치 패러독스’도 식물영양소의 효능을 입증한다.

흰색 - 식물 중 양파·마늘에서 많이 발견되는 알리신은 심장 및 콜레스테롤 건강에 도움이 된다. 케르세틴은 사과·양파·녹차에 많은데 비타민C가 체내에서 활동하는 것을 돕는다. 특히 케르세틴은 혈관 및 심장 건강을 유지해준다. 버섯·양고추냉이·콜리플라워·배·순무도 대표적인 흰색 식재료다.

한식에 숨은 황금비율 ‘8대 2’

채소는 어느 정도 먹어야 적당할까. 정 교수는 “식물성 식품(채소·곡류) 대 동물성 식품(육류)의 비율이 어른은 8대 2, 성장기 어린이는 7대 3 정도가 적당하다”고 권장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전통 한식에 정답이 숨어 있다. 정 교수는 “한식은 갖가지 색깔의 채소에 고기가 음식의 20~30%로 양념처럼 들어가 맛·영양이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비빔밥이 대표적인 8대 2 궁합을 보여준다. 잡채·구절판·신선로·탕평채 등 전통 한식도 고기가 양념처럼 들어간다. 정 교수는 “의식주 중 한복을 입고 한옥에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한식만큼은 지켜야 할 식습관”이라며 “세계 영양연구학자들이 식물영양소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하루에 먹는 식품의 양은 수분을 제외하고 평균 1~1.2㎏ 선이다. 따라서 그중 700~960g은 채소·곡류 등 식물성 식품으로, 나머지는 고기 등 동물성 식품으로 채우면 이상적인 식단이 된다.

어린잎·식초로 어린이 채식 습관 길러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가 채소에 길들여지기 위한 특단의 레시피는 따로 있다. 신효섭 셰프는 “샐러드 채소를 ‘어린잎’으로 만들면 부드러워 먹기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채소의 쓴맛은 식초·소금을 적절히 넣으면 없앨 수 있다. 김치가 짜서 못 먹는 아이를 위해서는 저염 김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소금을 적게 쓰되 너무 오랫동안 절이지 않는다.

글=정심교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한국암웨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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