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고령에 이색 취미 전|원불교 서울 수도원장 이공주 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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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0 고령의 할머니가 세계 각국의 이색「컬렉션」전시회를 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원불교 서울 수도원장인 이공주 법사(79·법명 구타원). 서울 용산구 한남동726 원불교 서울 수도원에서 지난 8일부터 22일까지 열리고 있는 전시회에는 세계 각국의 성냥갑·우표·사진·신문「스크랩」·원불 교과서 등 다채로운「컬렉션」이 선보이고 있다.
묘한 수장 품들은 원불교의 큰 스승인 이 법사가 직접 해외여행 중에 모은 것들과 국내 것은 28세 때 남편과 아들을 앓고 원불교에 입문한 후부터 모은 것들.
6천 개에서 1개가 모자란다는 성냥갑은 이름 없는「호텔」·음식점 등 미국·동남아 등의 것과 서울 변두리 주유소의 것 등 별난 성냥갑들이 다 모였다.
우표도 구한말 시대의 것으로부터 기념우표·항공 우표 등 한국 것만 1천4백73장을 모았고 외국 것은 보지도 못한 이상한 그림의 것이 3천9백72장이나 된다.
구한말 귀족의 딸로 태어나 동덕여의숙 재학 때는 윤비의 시독(모시고 공부하는 학생)으로 뽑혔었다는 이 법사는 한국 근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신문「스크랩」을 완벽하게 해 놓고 있다.
4천일 분에 해당하는 각 신문의 사설「스크랩」13책·각「칼럼」과 특집들이 정성스럽게 저리되어 있다.
또 이 법사의 사진첩엔 원불교 63년의 교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창시자인 박중빈 대종사의 생전의 모습과 큰 불사·원불교에 공헌한 큰 인물들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이 밖에 세계 각국의 신도·친지들로부터 받은 1천5백 여 장의 연하장·최근 30년간의 달력·2백 여 장의「팬던트」, 그리고 그가 10여 세 때 배우던 소학·논어·맹자 등도 그의 80평생 기념으로 같이 전시되고 있다.
구한말 시대의 할머니로 엄청나게 많은「컬렉션」을 한 이 법사는『그저 물 흐르듯 버릇대로 모았을 뿐인데 주위에서 하도 구경 좀 하자고 졸라 빚을 갚기 위해 전시회를 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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