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 아이컨-골퍼 미켈슨, 내부자 거래 혐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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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호 02면

로이터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컨(78)과 스타 골퍼 필 미켈슨(43·사진), 라스베이거스 도박사 윌리엄 월터스(67)가 미 연방수사국(FBI) 등 사법당국으로부터 내부자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사법당국서 조사 … 2011년 클로락스 인수 시도 때 정보 흘린 정황

FBI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1년 7월 아이컨이 미국 가정용 세제업체 클로락스 인수 의사를 밝히기 직전 이뤄진 대량의 옵션 거래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아이컨은 그해 2월 클로락스 지분 9.1%를 사들인 뒤 7월 15일 102억 달러에 인수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바로 이 제안이 발표되기 직전인 7월 11일 수상한 옵션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여기에 미켈슨과 월터스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컨의 발표 후 클로락스 주가는 8.9% 급등했고 옵션 가격도 덩달아 크게 올랐다. 다만 인수 제안이 클로락스에 의해 거부되자 아이컨은 그해 9월 인수 시도를 포기하고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았다.

FBI 등은 아이컨이 클로락스 인수 의사를 밝히기 직전 평소 스포츠 도박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월터스에게 정보를 흘려준 게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정보를 받은 월터스는 2008년 페블비치 프로암 골프대회에 함께 출전하는 등 골프 친구인 미켈슨에게 다시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FBI는 의심하고 있다.

FBI는 이에 따라 아이컨과 월터스 간 통화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와 관련, 아이컨은 WSJ에 “당국이 조사하는지 모른다”며 “우리는 항상 법을 지키기 위해 신중히 행동해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FBI는 클로락스와 별도로 미국 유제품 생산 및 가공 업체인 딘푸즈 주식 내부거래에도 미켈슨과 월터스가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2012년 9월 딘푸즈가 깜짝 실적과 함께 기업공개를 발표하기 직전 두 사람이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컨이나 미켈슨·월터스가 실제 기소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아이컨의 인수 시도가 실패한 데다 미래의 거래에 관한 정보는 내부거래 혐의 대상이 아니라는 미국증권거래법 규정 때문이다. 미 사법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내부자거래 혐의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기소를 맡고 있는 맨해튼 연방 검찰은 2009년 8월 이후 90명을 기소했으며 이 중 85명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내거나 유죄를 입증했다. 나머지 5명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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