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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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와 여당은 초지 조성을 위해 산지개발의 대상범위를 넓히고 나아가「그린벨트」에 대한 규제도 완화할 것을 검토중이라 한다.
즉 이제까지는 경사도30도 입목도 30% 미만인 산지만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관계법을 고쳐 경사도 40도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입목도에 대한 제한도 다소 풀어 나무가 좀더 빽빽이 들어선 곳도 개간케 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로써「그린벨트」안에도 축산에 반드시 따르게되는 축사나 기타 부수 건물은 그 건축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실현 여부는 좀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일단 그 방향만은 옮게 잡은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산지의 개발과 효율적 이용에 대해서는 본란도 이미 여러 차례 그 필요성을 강조한바 있거니와 정부가 뒤늦게나마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구체적으로 법률의 개정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알다시피 우리 나라는 국토면적 9백93만 정보의 67%에 달하는 6백66만 정보가 산지로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안되는 농경지도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시가지·공장·도로 등에 잠식되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지 뿐이라 할 수 있다.
버려진 산지를 개발하여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국토를 넓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산지의 개발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산지면적의 약 1할에 가까운 53만9천 정보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라도 법적·행정적 규제 때문에 한 평의 땅을 개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검토중인 산지개발의 규제완화 방안은 초지 조성을 원활케 하자는데 1차적 목적이 있다 한다.
식생활의 개선으로 육류와 유제품의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산지를 활용하여 축산물 생산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우리 나라의 초지 면적은 3만5천8백 정보로 국토면적의 0.3%에 불과한 실정이다.
젖소 한 마리를 기르는데 대략 0.5정보의 초지가 필요하므로 지금 조성된 초지로는 7만1천6백 마리의 젖소를 기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미 사육하고 있는 젖소만도 11만 마리에 달하고 있어 젖소만을 위해서도 이미 초지 부족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한우 1백46만두도 조사료 없이는 값싸게 키우기 어렵다.
이 같은 실정을 외면한다면 우리 나라에 축산업이 존립할 땅은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이미 연간 3만t에 가까운 쇠고기를 수입 해다 먹어야 할 정도로 축산물의 소비가 늘었지만, 앞으로는 쇠고기 뿐 아니라 우유·「아이스크림」까지 수입해야 할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한정된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있는 우리 실정을 감안 할 때 장기적으로 농축산물의 완전자급이 가능하겠느냐 하는데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발 가능한 땅을 두고도 미리서부터 수입의존형의 수급구조를 가질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데 있다.
일부에서는 산림녹화를 내세워 산지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모양이나 개발을 한다해도 거기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파악되고 있는 개발 가능면적은 51만6천 정보에 불과하다.
가능한 지역을 모두 개발해도 푸른 산 깊은 .숲을 가꾸는데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린벨트」라 해도 푸른 초원에 젖소들이 유유히 풀을 뜯는 목장이 들어선다면「그린벨트」를 설정해 놓은 본래의 취지에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산지개발에 좀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추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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