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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축구의 비밀 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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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형규
최형규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중국의 국기는 누가 뭐래도 탁구다. 남자든, 여자든 중국 탁구의 세계선수권 우승 확률은 90% 이상이다. 그래서 중국인 스스로 탁구를 ‘우주 제일’이라고 부른다. 지구에는 더 이상 상대가 없다는 얘기다. 굳이 ‘핑퐁 외교’를 논하지 않더라도 탁구는 중국의 자존심 그 자체다. 그런 탁구가 요즘 중국에선 ‘인기 별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축구 때문이다. 그의 축구 사랑은 ‘광팬’ 수준이다. 국빈 방문 중에도 아일랜드에선 시축(始蹴)을 하고 네덜란드에선 골키퍼 에드윈 판데사르와 만나 축구 잘하는 비결을 친구처럼 물었을 정도다. 자신의 정치 이념이 돼버린 ‘중국의 꿈(中國夢)’에 월드컵 유치와 우승을 포함시켰으니 말 다했다.

 그렇다면 단순한 축구 사랑을 넘은 시 주석의 축구 행보의 저의는 뭘까. 중화굴기, 그리고 미국을 넘겠다는 ‘극미(克美)’ 전략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우선 탁구가 매력 있는 운동이긴 하지만 G2(미국과 중국)라는 대국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양화(楊華) 같은 스포츠 평론가는 아예 “앞으로 중국의 국기는 공식적으로 축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축구의 대국적 역동성을 탁구에서 찾기 어려워서다. 특히 실내 테이블에서 하는 탁구는 폐쇄적 이미지가 강해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자웅을 겨루겠다는 시 주석의 야망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한다. 강대국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만 축구의 인기가 별로라는 사실은 시 주석 축구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축구를 통한 국제교류 자체가 미국 포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홍콩 일부 언론이 시 주석을 중국 축구협회 명예 주석으로 옹립(?)해 중국의 축구 부흥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뼈’가 있는 주장이다. 축구가 최고의 스포츠 경제라는 점도 시 주석의 축구 사랑 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30개 팀이 넘는 중국의 축구리그 시장 규모는 한국 리그를 넘은 지 오래다. 한국 리그 감독 연봉을 모두 합쳐도 마르첼로 리피 중국 광저우 헝다 감독 연봉 130억원을 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당장 돈이 들더라도 중국 리그를 유럽 리그 이상으로 키우려는 중국의 장기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월드컵이 코앞이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시 주석은 분명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과 한국팀을 거론하며 외교 덕담을 할 것이다. 우리가 16강과 8강에 목맬 때 그는 미국이 비집고 들어올 수 없는 축구 카드로 한·중 외교 현안에 윤활유를 칠 거라는 얘기다. 월드컵 출전국도 아닌 중국의 국가 주석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초청에 응해 결승전을 관람하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시 주석 세계전략의 일환이 아니겠는가.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