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국제공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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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의 말썽 많던 새 「나리따」국제공항이 간신히 지난 20일부터 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나리따」「뉴·타운」도 정식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동경의 근교 천섭현에 있는 「나리따」는 원래 조용한 사찰 관광지를 낀 농촌. 이제 이 적막했던 한촌에 매일같이 9천여명의 여객과 1만3천명이 넘는 송영객이 몰려들게 되었다.
이들을 상대로 한몫보려고 호화판 「호텔」들이 전원속에 생긴지도 2,3년이 지났다.
국민학교에서는 영어 특별 교실도 마련했다. 절에서도 스님들이 독경 사이사이에 영어 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리따」의 주변은 완연한 「붐·타운」이 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심과의 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 공항은 「붸노스아이레스」의 「에세사」공항이었다. 그 거리는 51㎞.
세계의 다른 국제공항들은 보통 30㎞미만이다. 그러나 「나리따」는 「에세사」공항보다도 5㎞나 더 멀다. 따라서 공항이용객들에게는 이를데 없이 불편하다. 반면에 원주민들에겐 이 이상 반가울 데가 없다. 「나리따」국제공항의 건설과 더불어 이제 이곳은 동경 통동권 안에 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미 주변에는 「아파트」단지들이 수 없이 들어섰다. 당연히 땅값도 껑충 뛰었다. 새 억만장자들이 속출했다는 얘기도 있다.
더우기 도심에서 공항에 이르는 여기저기에 학교도 생기고 병원도 생겼다. 이러느라 「나리따」의 개항까지에는 2천6백억「엔」이나 들었다.
그렇다면 원주민들이 왜 그토록 억센 반대를 해왔는지 아리송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좋은 대체지를 준다는 약속을 당국이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의 하나라고 한다.
소음을 포함한 환경 기준에 대한 보장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도시 농업·기상·주택·병원·학교 등 모든 환경 「어세스먼트」 조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말썽의 씨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끝내 공항을 건설해야만 했던 이유는 알만하다.
종래의 「하네다」 국제공항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나리따」의 새 골주로의 길이가 4천m나 되는 것도 그저 세계 제2를 자랑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개혁과 보수 사이에는 언제나 말썽이 있게 마련이다. 전원을 「불도저」로 파헤치는 것이 꼭 진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능률과 활용에 밀려 전원이 해마다 줄어들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말썽의 씨는 당국과 주민 사이에 의사 소통의 길이 없었다는데 있었는가 보다.
주민의 소리를 들어보겠다는 성실성이 당초 당국에는 부족했었다. 그러고 보면 주민을 대변한다는 극좌파의 반대 운동도 얼마나 주민의 「컨센서스」를 반영하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이래서 오늘도 「나리따」 주변은 조용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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