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 5월 당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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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철입니다. 물론 다가오는 6·4지방선거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아니지만 아무렴 이즈음의 풍자시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겠지요.

 삼선 국회의원과 삼선자장면, 한 번 당선에 삼선은 따 논 당상인 철밥통이라! 북경반점 철가방에 담긴 자장면처럼 바짝 달라붙어 접착제가 따로 없습니다. 소통이란 말은 사전에나 있지 언제나 끼리끼리 따로 놉니다. 그러니 힘없고 빽없는 나무젓가락만 툭, 하고 부러지고 맙니다.

 호남엔 파랑, 영남엔 빨강, 우리 마음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를 닮고 싶은데 저들끼리 동색으로 삼선·사선 의원님 나리님 가관입니다. 좌로 틀면 좌로 쏠리고 우리 틀면 우로 쏠리는 삼선자장은 배고픈 이의 요긴한 한 끼 식량이 되지만, 내가 뽑아 국회로 올려 보낸 삼선 나리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손 아픈 다선 의원님이 되고 맙니다. 이달균 (시조시인)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힘있는 묘사, 명징한 주제 … 예사롭지 않은 감각 보여

꽃들이 서둘러 피었다 한꺼번에 지고 말았다. 오월은 생명력을 넘어 죽음에까지 상징이 닿는 달일까. 그래서인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충격과 슬픔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 전에 없이 응모작이 늘어난 이유도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창규의 ‘탈골암’을 장원작으로 올린다. 제목의 울림이 크다. 풍경과 돌탑과 낮달이 조응하는 구도가 좋으며, 대상의 속성을 파고 드는 묘사가 치밀하고 힘 있다. 관찰과 탐색의 밀도도 높은 편이며 감각적 기법을 통해 제시되는 주제 또한 명징하다. 특히 ‘낮달’ 이미지를 통해 화두를 던진 ‘마지막 발자국은 남기는지 지우는지’ 같은 표현은 예사롭지 않다. 입체적인 그림이 도드라지는 ‘서녘으로 길이 휜다’도 좋은 표현이다. 함께 보내온 ‘달’과 ‘감정계좌’도 저력을 확인하는 바탕이 됐다.

 장영심의 ‘모슬포 자리물회’는 차상으로 선한 단시조다. 뛰어난 함축과 간결한 절제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단수로서의 본령과 정수를 선보인 군더더기 없는 작품으로 장원작과 견줄 만했다. 중장에 열거된 오름들의 동어반복과 유음에서 오는 운율도 일품이거니와, 송악산의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바람 든 무맛’으로 비유한 종장은 절창이다. 일제와 ‘4·3’의 수난을 겪은 진지동굴과 오름을 바라보며 역사적 허기를 떠올리는 화자에게 ‘모슬포 자리물회’는 먹을수록 허기지는 뼈아픈 맛에 지나지 않음을 이 시는 말하고 있다. 추상적인 허기를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킨 생생한 감각과 비유가 좋았다.

 남정률의 ‘민달팽이’를 차하로 뽑는다. 집 없이 일심동체로 살아가는 민달팽이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 무욕의 자세를 ‘집’을 팔아서라도 ‘사고 싶’어 하는 화자의 역설적 화법이 흥미롭다. 대상과 현상을 인식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해석능력도 돋보인다.

 일군의 대학생들이 대거 응모해온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시조의 앞날을 위해 창창한 역할을 하리란 기대와 믿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끝까지 심사위원의 손에 남았던 박한규·이진협·배원빈씨 등의 작품은 훗날을 기약한다.

심사위원=오승철·박명숙 (대표집필 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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