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김찬삼 교수의 제7차 세계여행기―『종의 기원』의 탄생지 「갈라파고스」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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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 유명한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의 무대이기도 하고 진화론자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기 위해 27세때 몸소 답사했다는 유명한 「갈라파고스」를 찾기로 했다. 「에콰도르」의 「과야킬」에서 그 옛날 「다윈」이 해류를 따라 배를 타고 갔듯이 그의 사랑스러운 흉내를 내려고 부둣가에 가서 알아보았더니 여드레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여행사에서 소개한 관광 편에 참가하여 「타메」라는 구식 4발 여기를 타기로 했다.
적도를 따라 약2시간쯤 나는가 하더니 크고 작은 섬들이 나타났는데 주도라 할 「산타크루스」섬이 아니라 북쪽의 작은 「발트라」섬에 내렸다. 이 섬은 기이하게도 3천m의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폭발로 생긴 화산도인데 해발20m 가량으로서 평탄하며 바위에는 패각류들의 화석이 보였다.
부두에는 「갈라파고스」국립공원이라고 쓴 돌탑이 있으며 우리 일행이 여러 섬을 보기 위해 타고 다닐 「넵투노」(해신)란 이름의 낡은 선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배는 「유고술라비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스피길」이란 40대의 거구의 미국인과 함께 들게된 2인용 선실은 고정창인데다가 공교롭게도 「에어컨」이 고장나서 하도 덥고도 답답하기 때문에 상갑판으로 올라가서 쉬기로 했다.
이 배에선 유별나게도 이 「갈라파고스」제도에서 꼭 지켜야할 사항을 기록한 「팸플릿」을 주며 단단히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이 섬의 동식물은 관찰할 뿐이지 조금도 자극을 주지 말라는 사항을 비롯하여 돌 하나라도 손을 대서는 안되며, 표시된 오솔길 이외에는 한걸음도 들어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짐승이나 날짐승들에게 먹이를 주어서는 안되며 동물들이 먹으면 해로운 「비닐」봉지 같은 것을 버리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선객들은 약25명 가량인데 미국인이 반쯤 차지했으며 「스위스」·독일·「아르헨티나」사람들이었다. 배로 8일간 여러 섬을 다니는데 목적지에 가면 이 제도의 동물이 놀라지 않도록 멀리 배를 멈추고 「보트」로 조용히 내리게 되어 있다.
「갈라파고스」제도는 「파나마」운하에서 2천여㎞ 떨어진 적도 직하에 흩어진 17개의 화산도와 암초인데 총면적은 7천8백45평방㎞로 우리나라의 충청북도보다 약간 클 정도다.
이 섬은 무인도였으나 1535년 「토마스·데·베를랑가」라는 「파나마」의 「스페인」사교가 「페루」로 가다가 표류하여 들렀으며 그뒤 남미에서 「스페인」사람이 활약한 뒤 「스페인」 영국의 해적선 근거지가 되었고, 또 포경선의 음료수 보급지로 이용되었다.
1832년 「에콰도르」가 독립된 뒤 유형수들을 보냈기 때문에 이 섬사람들은 해적·죄수·어부들의 자손들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조상은 아랑곳없이 선량해 보였다.
한때 이 제도는 『이 지구의 끝에 있는 악마의 섬』『달세계처럼 험상궂은 섬』이라고 불렸으며 중생대의 용과 공룡 같은 도마뱀이며 날지 못하는 새 또는 육생 거북이가 괴기한 느낌을 주건만 삼지창과도 같은 「사보텐」엔 노란 꽃이 눈부시게 피어 있어 그지없이 평화로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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