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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난·국·죽…온정 속에 무럭무럭|첫돌 맞은 딸 네쌍둥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회각계의 온정으로 꽃피운 강원도 정선의 딸4쌍둥이 최일매·일난·일국· 일죽양이 12일 첫돌을 맞았다.
1년전 정선군 북면 구절리에서 임시집배원 최병규씨(38)의 딸로 태어나 한때 가난때문에 부모와 생이별까지 할 뻔했던 4쌍둥이는 미진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었으나 사북읍 동원보건원 (원장 김정완·57)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 국내처음으로 4쌍둥이 모두 생후 한 돌을 맞았다.
12일 상오10시30분 동원보건원 회의실에 마련된 딸4쌍둥이의 첫돌 잔치에는 후원회장 정희섭 의원 (58·전 보사부장관)·박수균 정선군수를 비롯한 각계인사 등 2백여명이 참석, 귀여운 4쌍둥이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며 앞날을 축복했다.
색동저고리 위에 매·난·국·죽의 자기이름 끝자를 수놓은 조끼까지 받쳐입고 빨간색치마로 예쁘게 단장한 4쌍둥이가 하객들에게 둘러싸여 방긋 웃음으로 재롱을 떨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며 잔치는 무르익었다.
생후1개월동안 보육기에서만 자랐던 4쌍둥이는 이제 건강과 발육상태가 예상보다 아주 좋다는 진단.
원장 김 박사는 이틀이 소아발육 표준보다 약간 미달되나 발육속도로 보아 6개월후면 정상아와 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란성 4태아인 4쌍둥이는 눈이 모두 쌍꺼풀이 진 미인형이며 생후8개월째는 무엇이든지 잡으면 일어서더니 이제는 한 두발 아장걸음을 흉내내고 이빨이 돋아나기 시작, 재롱이 한창이다.
이들은 너무 닮아 당장 누군지 구별할 수 없으나 간호원들은 머리의 가마를 보고 구별한다고. 가마가 오른쪽이면 일매양, 왼쪽이면 일난양, 가마가 3개면 일국양, 2개면 일죽양이라는 것.
대체로 온순한 성격이지만 그 중에서도 첫째는 맏이답게 의젓하고 둘째는 샘이 많고 칭얼대기를 좋아하며 셋째는 그중 예뻐 귀여움을 독차지한 탓인지 성깔이 있고 넷째는 오히려 막내답지 않게 제일 착하다.
담당수간호원 이형순양(26)은 하루 네번 쇠고기·야채 죽의 급식시간이나 우유·계란·과자 등 간식 때는 이들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서로 먼저 달라며 소리치다 언니가 동생을, 동생이 언니를 밀어 제쳐 싸우기도 한다고 했다.
딸4쌍둥이가 태어난 것은 지난해 5윌12일 상오2시.
최씨의 부인 손순자씨(30)가 딸 둘을 두고 아들 낳기를 손꼽아 기다리다 뜻밖에도 4쌍둥이를 분만, 곧 바로 동원보건원의 보육기로 옮겨졌었다.
그러나 최씨 부부는 임시집배원의 월4만5백원 박봉으로는 하루2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도저히 댈 수 없어 친권까지 포기하겠다며 아기들을 맡아 길러줄 독지가를 찾아 나섰다.
이 딱한 사연이 중앙일보보도 (77년6월13일자 7면·일부지방 14일자)룰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일본 「아사히」TV가 입양요청을 해오는 등 순식간에 큰 반응과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동원보건원 측이 사북읍내 기관장·유지 등 인사20명으로 4쌍둥이 후원회를 구성, 「딸4쌍둥이를 부모 품에서 자라게 해주자」는 「캠페인」을 펴자 각계의 온정이 메아리쳤다.
태평양화학 서성환 사장은 79년까지 보육비로 3백60만원을 지원했고 동원탄좌 이연 사장은 지난해 12월27일 최씨 부부에게 병원 앞 양지쪽에 건평13평의 아담한 국민주택 2채를 지어주고 아기들과 함께 살도록 해줬다.
병원 측은 그동안 7백여만원에 이르는 아기들의 입원·보육비를 전액무료로 하고 평생건강까지 맡기로 한데다 탄광 일이 힘에 겨운 최씨를 병원관리직으로 취직시켜 단란한 가정을 꾸밀 수 있게 했다.
이처럼 각계온정으로 4쌍둥이의 첫돌을 맞아 최씨 부부는 아기들을 잘 길러 이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후원회장은 4쌍둥이의 대학교육까지 후원회가 맡겠다고 밝히고 『아이들을 「나이팅게일」로 길러 먼 훗날 오늘같이 사회온정을 꽃피우게 할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선=탁경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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