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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적십자 정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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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은 「세계 적십자의 날」. 특히 올해 적십자의 날은 올해가 이 적십자 운동의 창시자 「앙리·뒤낭」의 탄생 1백50주년이 된다는 점에서 한결 깊은 뜻을 새기게 된다.
사랑과 봉사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적십자 운동은 「앙리·뒤낭」이 1859년 「솔페리노」전투에서 우군과 적군을 가릴 것 없이 몸소 부상자를 도와 한 전쟁의 비극을 도리어 인도주의의 어진 손길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로부터 1백1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가 남긴 정신은 인도주의의 본보기로 우리 인류사회 속에 면면히 계승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선견지명은 날이 갈수록 더욱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음을 본다.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 나라의 적십자사도 오는 10월27일로 거의 4분의 3세기가 되는 창립 73년을 맞는다.
그 동안 우리 나라 적십자 운동은 국운의 부심과 더불어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용포의 불행과 곤란을 덜어주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6·25동란으로 말미암은 전재 구호를 비롯한 각종 재해민 구호 사업, 그리고 의료 사업·헌혈 운동·청소년 사업·남북적십자 회담의 주도적 추진 등은 두드러진 성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적십자가 지향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말할 것도 없이 고난받고 있는 인간 가족들을 위해 그 고통을 덜어주고 나아가 인류의 평화를 증진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아직도 많은 장벽이 엄존 하고, 오해와 증악, 대립과 분쟁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빈곤과 질병, 무지와 폭력, 그리고 공해와 자원의 결핍 등 불안요소가 인류의 생존과 복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적으로도 날로 변천하는 사회상, 특히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산업화에 따른 인구·도시·교육·생활 등 국민 생활의 전 영역에 걸친 긴장과 새로운 도전을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일수록 적십자는 인간에 대한 숭고하고 근원적인 이해 및 사랑을 바탕으로 생명의 보호와 존중, 평화와 복지 요소의 증진, 협동 기풍의 진작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히는데 그 사명을 다해야할 것이라.
이것은 곧 미구에 닥쳐 올 인류의 수난을 미리 방비하고 경감시키는 길인 동시에 인류의 복지와 면학 증진에 기여하는 적십자 정신의 구현이라 할 것이다.
올해 국제 적십자는 『참여하자 적십자에, 구현하자 인도주의』라는 표어를 내걸고 만인이 인도적 이상과 인류애에 입각하여 적십자 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적십자 운동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에서 가난하고, 고통을 받는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우리는 모두 형제」라는 정신을 갖고 적든 크든 간에 남을 돕는 일에 스스로 참여하는데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적십자 사업은 인문의 생명을 중요시하는 도덕적인 관념과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고 그들의 좌절된 용기를 북돋우어 주려는 인간 욕망의 집약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적 상황에 대처하고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는데 있어서 적십자 정신의 제고는 그 창립 당시보다도 더욱 절실한 인류의 공통적 과제임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적십자의 날을 맞아 국민 모두가 이 운동에 일역을 담당함으로써 인류의 평화와 복지 증진에 협력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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