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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고의 90%는 사람 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U자형 회전」 안 풀려>
○…KAL 「보잉」 707기의 소련영공침범 원인에 대해 조중훈 대한항공사장은 『전기 「쇼트」로 인한 항로 「시스템」마비』라고 밝혔지만 『항로「시스템」마비』보다는 『승무원들의 항법 「미스」』가 아니었겠느냐는 것이 항공전문가들의 중론.
이들은 전기 「쇼트」는 발생할 수도 있으나 북극권에서의 기상급변 현상은 거의 없어 외부요인은 있을 수 없고 기내부 사정으로 전원이 끊겨도 비상 「배터리」가 있는 데다 「엔진」 4개에 모두 전원이 연결돼 비행중일 때는 전원이 모두 끊겨 항법 계기가 「올·스톱」되기가 어렵다는 것.
이들은 사고가 난 KAL기가 21일 상오 1시52분 마지막으로 보낸 위치(북위80도1분·서경69도」가 이미 항로를 벗어난 다른 위치라는 것인데 이 같은 사실은 「노르웨이」「스피츠베르겐」공항 관제탑에서 KAL기장이 비행기가 서부 「그린란드」상공이라고 보고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그 위치에 실제로 있었더라면 들을 수가 없어 마지막보고 40분전에도 항로를 벗어나 있었다는 것.
이들은 이같은 항로오차가 누적돼 회신이 끊긴 후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115도의 「U턴」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다.
항공사고의 90%가 「인적요인」때문에 일어나고 있고 이번 KAL기의 총8시간52분의 장거리 비행에 나선 승무원들에게는 이들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혼란이 일어나 당초부터 항법 「미스」를 일으켜 항로가 이탈됐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

<외국 비해 사고율 낮아>
○…「보잉」707기가 얼어붙은 자연호에 동체를 내린 것에 대해 세계 각국 항공사 조종사들로부터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격찬한데 대해 KAL의 조종관계직원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면서도 승무원의 조종기술이 우수하다는 외국의 인정에는 비교적 『불행중의 수확』이라고 기쁜 표정.
이들은 69년3월 KAL의 민영화이후 76년8월 화물전용기인 「보잉」707기가 「이란」에서 추락한 것과 여객기로는 이번 사고가 처음으로 사고율이 외국의 다른 항공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다는 것은 조종관계자들의 실력(?)이 우수함을 나타낸 것이라고.
그러나 일부에서는 소련영공의 이해할 수 없는 침범 때문에 『얼굴을 들기가 어렵게 됐다』고 얼굴을 붉혀 공인된 실력의 우수성이 깎인 것에 불만을 털어놓기도.


○…KAL「보잉」707기의 사고로 비행기의 항행방법이 「매스컴」 등에 보도되면서 『INS(관성항행장치)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INS라도 소용없었다』는 의견이 항공관계자들간에 맞서고있다.
불용론은 INS를 갖춘 같은 노선의 DC-10기도 지난4월4일 고장을 일으켜 급히 「파리」로 회항했었던 일이 있고(본지단독보도) KAL이 73년부터 INS가 없는 「보잉」707기로 화물편을 운항해도 사고가 없었으며 외국항공사들도 취항시켜 별 문제가 안돼 『어쩔 수 없는 고장』에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는 것.
그러나 유용논자들은 「보잉」707의 신형기는 모두 INS를 갖추고있고 원래 「보잉」707기는 중거리용으로 대륙간을 항행할 때는 「보잉」707기도 INS를 갖춰 운항시켜야 했다는 것.
어쨌든 항행방법 중 「보잉」707기가 사용한 순전히 인력에 의존한 천체관측 법보다 「컴퓨터」를 이용, 개발된 INS를 갖췄더라면 북극권에서 자력 때문에 「마그네틱·콤파스」를 사용 못하는 등의 약점을 막을 수 있어 정상 항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 이들은 INS는 대당 20만「달러」가 넘어 KAL로서도 재정부담을 지우기가 무리지만 최대의 승객「서비스」는 「안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일침.

<「불행 중 다행」 많아>
○…21일 상오8시쯤 사고기가 보유한 연료를 모두 써 추락했다고 거의 안전함을 포기했던 KAL 운항부는 소련 땅에 안착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의외로 다행스러운 일이 많았다는 것이 직원들의 평.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승무원3명이 안탄 것으로 밝혀져 탑승승무원이 16명에서 13명으로 줄어들어 「다행」을 기뻐했고 신속한 송환도 『불행중의 다행』임을 느끼게 한 것.

<기내서 기밀서류 태워>
○…대한항공 「보잉」707기가 소련영내에 비상 착륙한 모습, 소련군과 설상차 등 극적인 장면들을 일본사진전문학교 학생 「미또·히데가즈」군(20)등 3명이 촬영, 궁금한 사진들이 공개됐으나 국내탑승자들이 찍은 사진은 1장도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극적인 사진은 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일본인들이 사진을 찍은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만 왜 한국인 승객들이 찍지 못했는가에 대해서는 구구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성국가인 소련영내에 강제착륙 당했다는 위기적 상황에서 북괴로 이송될지 모른다는 공포심까지 겹쳐 우리나라 승객들은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는 게 탑승자들의 공통된 의견.
탑승객 최봉기씨(37·현대양행 과장)는 KAL기가 비상착륙한 순간 기밀서류 5장을 화장실에서 급히 불태웠을 정도로 당시 상황은 급박했던 게 사실이어서 위기의 순간 귀중한 장면을 사진기에 담지 못한 것을 나무라는 것은 잘못이라는 평이다. <이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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