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을 맞아 신문을 생각해 본다|내가 만약 기자라면 이런 기사를 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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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가 기자라면 신문기사의 내용이 사회의 「공안」에 비추어 책망을 듣지 않도록 양식에 어긋나지 않게 쓰겠다.
요즈음 상황에서 쓸 수 없는 것은 못쓴다 하더라도 쓸 수 있는 것만이라도 옥석을 분명히 가려 하나씩 하나씩 시비를 가려 나가야 한다.
진실과 진실 아닌 것을 뒤범벅 시켜 독자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모르게 오도하는 태도는 지양하겠다.
현실 속에서나마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하려는 「흔적」이 있어야 하고 양식있는 독자에게 이것이 암암리에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정치면 기사가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 세론이다. 그러나 무엇인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내려는 성실성을 보여 이 시대에 기자를 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의 부채」를 갚아 나가야 한다.
우리 국내 사정조차 외신을 통해서 더 소상히 안다는 일부 독자들의 소리를 가슴에 한번 더 되새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통일 정책에 대비해서 북한을 보다 정확하게 알도록 하는 기사도 많이 취급하고 싶다.
요즈음 사회풍조가 너무 물질숭배주의로 치닫고 있어 사회 정의의 척도가 혼란되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의 정신적 지주를 바로 세우고 민족적 「얼」에 불을 붙여 줄 문학면의 기획기사를 써야 한다. 이 시대의 정치도 넓게 보면 이 시대의 문화적 현장이다. 말없는 다수의 독자들에게 이러한 각도에서 문화면의 기사를 발굴, 제공하는 노련한 보도기술을 발휘할 수 없을까 생각해 본다.
교육에 관한 기사에서는 심층취재와 아울러 장기적 안목에서 교육정책을 분석, 비평하는 기획물을 다루고 싶다.
「아들과 딸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지 어떤 목적에 좌지우지되는 교육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재수생 문제는 안보문제 못지 않는 비중으로 깊게 다루어야 한다.
경제성장의 풍요 밑에 가리어져 있는 「그늘진 곳」을 찾아 그 문젯점을 파헤치는 기사도 필요하다. 1백억「달러」수출이 달성됐다고 하지만 그 이면과 부작용을 캐는 기사를 다루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회면·문화면 기사에서 낭비적인 소비문화·상업주의적인 자세는 탈피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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