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출판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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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들어 출판업계는 여러가지 시련과 애로에 직면, 모처럼의 독서열과 신간출판 의욕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출판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요즘의 문젯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제작비 앙등, 세금압력, 검인정교과서 납본에 따른 어려움 등이다.
제작비 앙등의 주요인으론 조판비·인건비의 증가 및 부가세 실시에 따른 기타사유 등이 예거된다.
세금압력이란 앞으로 있을 소득표준율 조정 때 현행 1백분의 4가 1백분의 7로 오를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 두가지 원가상승 요인은 책값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도서판매량의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신간서적 출판의 기피성향을 심화시키고 국민독서생활을 그만큼 위축되게 만들 우려가 농후하다.
지난 77년도만 해도 도서 총발행붓수의 신장율은 76년도의 45%에 비해 겨우 8%정도로 둔화되었다.
이런 추세는 금년의 책값 인상율 30%를 감안할 때 더욱더 심화될 것이 뻔하다. 모처럼 부풀어오르던 독서열과 출판 붐을 생각할 때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출판업의 건실한 발전과 국민독서생활의 지속적인 향상을 위해선 이와 같은 문젯점들은 다각적으로 검토, 그 대책이 수립되어야만 하겠다.
우선 출판업계로서는 유통구조의 근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제작비의 앙등자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유통과정에 수반하는 낭비와 마진만은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아직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 낭비와 부조리만 제거할 수 있어도 책값을 30%씩이나 올려야할 이유는 현저히 감소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책당국도 출판사업이 문화사업임을 감안하여 조세면에서의 부담경감을 위해 할수 있는 최선의 편의를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 가령 소득표준율 조정에 있어 출판계가 희망하는 대로는 못해줄망정 그 요구를 최대한 참작해주는 여유는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시급한 문제는 출판계 자체의 체질개선이요 부조리 시정이다.
오늘의 한국 출판계는 아직도 근대적인 문화사업으로서의 양식과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판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빈곤하고 오류 투성이의 무책임한 번역물과 덤핑출판, 조잡한 제책, 경영의 전근대성 등 여러가지 난제들이 중첩돼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좋은 책을 잘 만들어서 합리적으로 판매·보급하는 양식, 지적 안목, 성실성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동안 독자층은 질량으로 현격히 성장하여 대출판사의 경영수지를 적잖이 맞춰준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대출판업자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축적된 자금의 재투자에 얼마나 성의를 보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도서의 내용이나 종류도 새로운 지식과 교양의 전달이라는 진취적 차원에 미치지 못한 채, 옛것의 재탕이라는 안일한 자세에서 맴돌고 있다. 70년대 세계의 새로운 지적 소산에 대해서는 거의 맹목하다시피 하고있는 것이다.
국민문화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출판업의 건실한 발전과 육성을 위해 업계와 당국이 좀더 성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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