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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선거 앞으로 두달 의원선거 뺨치는 열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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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2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섰다.
5월중에 실시될 대의원선거에 나설 후보들은 지난겨울부터의 음성활동에서 이제 표면에 나서고있는 상태. 전국 1천6백65개 선거구에서 뽑을 대의원은 2천5백83명.
본사 전국 취재망을 통해 대의원선거의 현지실태를 점검해본다.
현 대의원의 90%이상이 재출마를 희망하고 여기에 도전하는 새 지망생들 역시 만만치 않아 선거구마다 3대1 정도의 경쟁을 보일 것 같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대도시가 비교적 조용한 편인데 반해 중·소도시와 일부농촌지역의 경합장은 치열하다. 서울·부산을 제외한 전국의 현 대의원들은 병약자·고령자·이주자를 제외하고 전원 다시 출마할 의향을 보여 평균 93%의 재출마율.
그중 경기·충남북·제주지역이 95%이상이고 강원·전남북·경남북이 91% 내외.
이 같은 재출마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경쟁이 심한 곳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7대1) △영월군 서면(5대1) △전남 곡성군 오산면(6대1) △경북 안동군 안길면(5대1) △전북 옥구군 옥구면(5대1) △전남 해남군 옥천면(5대1) 정도 (지난1대 선거 때는 경남 함안군 군북면의 9대1이 가장 높았다).
후보자의 직업은 사업가로부터 영화배우, 승려, 예비군중대장, 한의사, 새마을지도자, 사설 우체국장, 사법서사, 극장·목욕탕·다방주인 등 다양하고 양조장과 정미소주인, 농협단위조합장, 약국주인 등도 비교적 많은 분포.

<대도시는 비교적 조용한 편|우대·특별배려로 인기>
제주도의 새 지망생 30명의 직업을 보면 사업이 7명으로 가장 많고 농업 3명, 상업·목장 각 2명의 순서며 노조간부, 공화당 관리장, 청년회의소장, 수협간부 등도 포함돼있다.
대의원 경합이 당초 예상을 깨고 비교적 치열한 것은 대의원에 대한 우대 때문인 듯.
지난 74년 행정계통을 통해 대의원 예우지침이 시달된 후 대의원들은 △각종 지방행사에 초대, 상석에 모시고 △정기적으로 시·군정 보고회를 개최하며 △민원을 우선 처리해주는 등의 공통사항 외에 지역에 따라 특별한 배려가 있었다.
전북 익산군의 경우 15명의 대의원 중 5명이 농협 면 조합장으로 취임했으며 충남온양의 김영덕, 아산군 북방면의 전영준, 서천군 마산면의 김형곤, 문산면의 최영규, 천원군 성거면의 유홍근씨 등은 군정자문위 상임위원으로서 월12만8천5백원씩 수당을 받아왔다. 행정자문위 상임위원제도는 전국적 현상이며 사업을 하는 대의원은 관청출입이 쉽고 사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이익과 울타리혜택을 누리고 유형무형의 유명인 활동도 할 수 있었다.

<경로당·상가 찾아다니기, 장날 무료수송 등 선심도>
대의원 선거운동은 종친회·동창회·경로당·초상집 등에 얼굴 내밀기와 달력·설탕·밀가루 기증 등 선심공세에 이른 갖가지 형태.
경기도 성남시와 양주군, 전남 담양군, 강원도 춘성군 일부에서 지난해말 달력을 돌렸고 의정부 제2선거구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쌍룡사주지 김상철 스님(45)은 자선사업으로 한몫. 얼마 전에는 김 주지가 부녀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자선다방을 계획까지 했다가 현 대의원과의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었다는 주변 얘기.
춘천의 이성행씨(시멘트 가공업)는 영세민에게 밀가루를 나누어주었고 충북 괴산에서는 시골장날 무료수송작전을 벌이는 아이디어 대결을 연출. 한 출마예상자가 반 트럭으로 장날 동네사람들을 날라다주자 라이벌에서는 승용차를 구입, 이에 대결했는데 주민들은 『장보기가 편해졌다』고 환호성.
전북 옥구군 옥구면의 김봉욱씨는 면내 국민학교에 교문 달아주기·스피커 보내기·이웃돕기운동을 연중행사로 벌여왔고 이에 대항해서 문모씨는 지난 구정 때 설탕 등 선물보내기운동을 전개.
이밖에 △윷놀이상품 희사(김포) △면사무소에 밀가루 구입비 기증(공주) △오토바이에 대의원이란 간판 달고 다니기(여주) △야유회보내기 경쟁(달성) △양조장의 막걸리 선심공세(괴산) △노인상대 술 사기(창원) △자기가 소개된 잡지 돌리기(충무) △씨족과 학교동창 방문(안동) 등 갖가지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치열한 문중끼리의 경합|단일후보 옹립회의 실패>
문중대 문중의 대결, 같은 문중끼리의 경합, 1차 선거 때 라이벌간의 재대결 등 양상도 갖가지.
강릉의 조갑환씨는 지난번 낙선의 고배를 설욕하기 위해 와신상담한 끝에 출마를 결심했는데 같은 창령 조씨 문중의 조서환씨도 입후보 의향을 굽히지 않아 3, 4차례의 문중회의를 열어 후보단일화를 조정중이고 충남 연기군 남면에서는 부안 임씨끼리, 전북 옥구군 회현면에서는 강씨끼리 경합.
전남 여수에서는 전 상의회장 주종석씨(유류판매업)와 현 상의회장 김종길씨(학원이사장)간에 경쟁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경기도 의정부에서는 현 대의원 외에 의사·수의사·주지·학교장 등이 혼전.
전남 화순에서는 지난번 선거 때 7표차로 패배한 정진욱씨(49)가 대의원 김정배씨(39)에게 추격전을, 경기도 용인군 외서면의 김덕환(현 대의원·한의사) 최완영(새마을지도자)씨간에도 재접전을 벌이고있다.

<초대 대의원 결원 백10명|폭력·탈세·부도로 징계도>
대의원 중에는 재임 중 각종 불미스런 일로 자퇴했거나 징계를 받은 경우도 없지 않다.
경남 마산의 L대의원은 호화분묘로, C씨는 그린벨트지역내의 무허가 건물로 말썽을 빚었다.
충남 대전의 L대의원은 버스회사 대표로 2천5백여만원의 탈세혐의를, 한 관광호텔 대표는 부정수표 남발혐의를 받은 일이 있고 금산군에서는 K대의원이 모범이장 선발이 잘못되었다고 하여 면장을 구타해 10여일간의 상처를 입혀 입건되는 불상사를 초래.
이밖에 △업무상배임(금산) △정부양곡의 도정부정(부여) △허위진단서(포천) △도벌(부여) △사기(경주)등으로 입건되거나 말썽난 대의원이 있는데 한 당국자는 2천3백59명이나 되는 많은 수이기 때문에 그중 분수를 망각한 대의원이 생긴 것 같다고 해명. 1대 대의원 중 89명이 사망하고 자퇴 10명·제적 11명 등으로 1백10명이 결원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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