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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세일란 감독 '윈터 슬립' 으로 황금종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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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터키의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 [칸 신화=뉴시스]

칸의 선택은 터키의 명장이었다. 24일(현지시간) 폐막한 제67회 칸영화제에서 터키의 거장 누리 빌제 세일란(55) 감독이 ‘윈터 슬립’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내로라하는 감독들을 제치고 최고 영예를 거머쥔 세일란 감독은 “정말 놀랍다. 올해는 터키 영화가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인데, 좋은 우연의 일치다. 이 상을 (터키 반정부 시위 때) 목숨을 잃은 이들을 비롯한 모든 터키 젊은이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일란은 이미 칸에 여러 번 초청된 유명 감독이다. 2003년 ‘우작’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후 2008년 ‘쓰리 몽키즈’로 감독상을, 2011년에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아나톨리아’로 또 한번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도 황금종려상은 처음이다. 터키 감독으로는 일마즈 귀니가 1982년 ‘욜’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윈터 슬립’은 은퇴한 배우가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겨울을 보내며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안락하게 살던 중년 남성이 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속물 근성을 깨닫고 점차 변화하는 내용이다. 상영시간이 무려 3시간 16분에 달하고 문어체 대사로 가득 차 있지만 영화제 기간 내내 “방대한 양의 대사가 긴장감의 수위를 조절하며 영화의 탄력을 높인다. 바위로 둘러싸인 터키 카파도키아 전경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는 호평을 받았다. 제인 캠피온 심사위원장은 “아름다운 리듬을 지닌 영화라 2시간도 더 앉아있을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2등상격인 심사위원대상은 ‘더 원더스’를 내놓은 이탈리아 여성 감독 앨리스 로르와처(33)가 받았다. 여성 감독에게 인색하기로 소문난 칸영화제에서 이룬 성취라 더욱 돋보인다. ‘더 원더스’는 앨리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12세 소녀의 성장담이다. 감독상은 ‘폭스캐처’를 연출한 미국의 베넷 밀러(48) 감독이 거머쥐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2011),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를 다룬 ‘카포티’(2005) 등으로 명성을 쌓아온 감독이지만 칸과는 인연이 없었다. ‘폭스캐처’는 백만장자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살해한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심사위원상 수상 결과였다. 프랑스의 거장 장 뤼크 고다르(84)와 캐나다의 무서운 신예 자비에 돌란(25)이 나란히 상을 받아 환호를 자아냈다. 각각 ‘언어와의 작별’, ‘마미’를 내놓았다. 배우 겸 감독으로 활동하는 자비에 돌란은 “나와 장 뤼크 고다르가 각기 다른 시대 속에서 영화를 자유롭게 만들려고 했던 노력을 심사위원들이 존중해준 결과다. 고다르는 그가 새롭게 연 시대 속에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왔다. 나도 그런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장 뤼크 고다르는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남우주연상은 ‘미스터 터너’(마이크 리 감독)의 티모시 스팔, 여우주연상은 ‘맵스 투 더 스타즈’(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줄리앤 무어가 각각 수상했다. 한국 영화로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도희야’(정주리 감독),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진출한 ‘숨’(권현주 감독)이 수상을 노렸지만 상을 타지는 못했다.

임주리·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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