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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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달러」당 2백33「엔」의 전후 최고를 기록한 일본의「엔」화 폭등은 세계경제의 불협화음을 단적으로 반영한 것이며 이는 가뜩이나 불안한 한국경제에 불길한 신호가 되고 있다. 「엔」화의 폭등은 경제적으로 볼 때 당연한 귀결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은 작년에 2백66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금년 1월에도 24억「달러」 의 적자를 냈다.
반면 일본의 경상흑자는 77년에 1백억「달러」를 상회했고 금년에도 획기적인 수입증대 책을 쓰지 않는 한 60억「달러」가 넘을 전망이다.
「달러」폭락은 지난2월의「스위스·프랑」·서독「마르크」상승에서부터 시작되어「엔」화 폭등으로 확산된 것이다.
EEC나 일본측은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달러」방위 책을 펴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EEC와 일본에 대해 경기 자극 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엔」화의 폭등은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으로 수습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만약 일본이 실질적인 수입확대 기반을 조성치 않을 경우「카터」행정부도 무역관리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벌써 미 노조에선 반「덤핑」법 개 정·상계 관세 확대 등을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석유수입의 확대,「에너지」법의 지연, 석탄 장기 파업 등에 기인된 점도 있지만 근원적으론 특히 일본의 비협조적 정책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소득세 감세, 동경「라운드」에 앞선 관세 인하, 경기 자극형 적자예산, 구조적 불황 대책 법, 금리인하 등의 여러 경기대책을 준비하고 있고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불황탈출의 희미한 조짐이 나타나긴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선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7%의 고도성장에 의한 경상흑자의 대폭 축소를 실현하기엔 미흡하고 이것이「엔」화 폭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엔」화 폭등은 가뜩이나 느린 일본의 경기상승에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 이것이 미-일 간의 경제충돌로 심화된다면 동경「라운드」나 세계경기회복을 위한 국제협조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 일본은「엔」화 폭등을 막을 수 있는 탄력적인 정책대응이 어려운 경제구조이므로「뉴욕」「런던」금융시장에선「엔」화가 여름까지 2백25엔 선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의 강세는 경쟁상품의 한국의 수출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불안과 세계무역의 침체는 한국의 수출에 전반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다.
한국은 수출용 원자재와 설비의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엔」화 강세는 수입원가를 높이게 될 것이며 일본경기의 침체는 수출의 큰 몫을 차지하는 대일 수출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다.
수입「코스트」의 인상으로 인한 국내 물가의 상승은 수출의 국제경쟁력을 근원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다.「달러」의 폭락은 다른 통화에 대한 원 화의 실질적인 평가절하를 뜻하는데 현재 국제수지보다 물가안정이 더 시급한 형편에서 이런 사태가 과연 소망스러우냐에 대해선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달러」화의 폭락에 대해「사우디」·「이란」등은 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나「쿠웨이트」 등 다른 산유국에선「달러」하락 분만큼의 유가인상론도 나오고 있다.
이번「달러」폭락·「엔」화 폭등의 추세가 미-일 경제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매우 심각한 사태인 만큼 이를 계기로 대내외 경제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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