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아직도 팽목항 못 떠나는 가족들 소식에 숙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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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30면

5월 18일자 중앙SUNDAY 1면에 실린 당내 경선 여론조작 실태는 세월호 참사로 슬픔과 탄식으로 허탈해하는 국민적 고통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한 비이성적 여론조사로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앞으로 4년간의 지방행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작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화 착신 전환 수법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여야 정당의 설명과는 달리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당내 경선에서 이기면 당선이 보장된다는 호남과 영남에서 불법 여론조사가 기승을 부리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고 하는데, 이를 감시·감독하는 선관위에서는 지금껏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설에서는 “전과자도 대량으로 공천됐다”고 했는데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40%가 전과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이들이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법과 규정을 지키며 주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국기를 바로 세우고 주민의 권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진도 못 떠나는 세월호 가족들’의 애끓는 현장 소식엔 절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쉰두 살 아버지의 검게 탄 얼굴과 휑하게 파인 눈, 그리고 자식을 일찍 만날 수 있다는 속설에 머리를 짧게 잘랐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분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관건은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사회를 혁신하고 법과 규정에 충실한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 이러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확고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언론과 각 단체에서 제기한 내용만으로도 사고 이후 무엇을 잘못했으며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이미 소상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국회, 언론, 그리고 온 국민이 하나 되어 국가개조에 동참하는 것만이 고귀한 희생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다.

세계 심장 수술의 혁신을 주도하는 송명근 교수가 중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는 1997년 손상된 심장판막을 되살리기 위한 카바수술로 미국과 유럽·일본에서 특허를 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모았다. 하지만 일부 국내 의사의 근거 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보도, 정부의 졸속 행정에 한국에서는 더 이상의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중국으로 떠난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 이렇게 유독 한국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의 접목이 어려운지에 대한 심층분석을 곁들였으면 더욱 좋았겠다.

한국 전통차인 녹차에 관한 기사도 대기오염이 심한 환경에서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에게 좋은 정보가 되겠다 싶다.



한광문 예비역 육군소장. 한국위기관리연구소 기조실장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국가위기관리의 법적·제도적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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