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혼전 애인이 가정파탄에 책임있다" 법원판결 엎치락 뒤치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법원, 현남편 패소의 고법판결을 파기환송
혼전교제가 밝혀져 가정이 파탄됐을 경우, 혼전의 상대자가 이가정에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는가.
이같은 의문은 아내의 혼전남성관계 때문에 이혼한 한가정의 남편이 아내의 옛애인을 상대로 소송을 냄으로써 제기됐다.
이소송은 1심에서 남편이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하고 대법원에서 파기되는등 엎치락 뒤치락하고있다.
대법원민사부는 15일 서모씨 (33·서울관악구신림동)가 아내의 옛애인인 손모씨 (49·경기도수원시) 를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상고심선고공판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던 원심을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승소·패소·파기 환송등 우여곡절을 겪고있는 이사건이 시작된 것은 74년l2월30일.
원고 서씨의 소장에 따르면 서씨는 친지의 소개로 당시 이모씨(30·수원시)와 맞선을 보게됐고 이듬해 4월27일 결혼했다.
그러나 부인 이씨는 결혼전 직장의 상사인 손씨와의 사이에 「과거」가 있었던 여자.
물론 이 관계를 남편인 서씨는 전혀 몰랐으며 부인이씨 역시 결혼하면서 손씨를 완전히 잊기로 결심했었다는것.
옛애인인 손씨는 부인과3남매가 있는 유부남인데다 대학 조교수로 농학박사학위까지 갖고있어 지난일을 잊어줄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이같은 이씨의 기대는 결혼7일만에 금이가기시작했다.
손씨가 찾아와 옛날의 관계를 유지하자고 요구하고나선 때문.
이때 이씨는 「다시 만나줄수없다. 남의 가정을 파멸 시키지말라』 고 애원해 손씨를 겨우 되돌려 보냈다.
물론 이때 남편 서씨는 직장에 나가고 없어 몰랐으나 한달 후인 5월28일 손씨는 이씨를 안양으로 불러냈다.
이 자리에서 손씨는 『계속 만나 주지 않으면 남편에게 「과거」를 알리겠다』 고 으름장을 놓기도했다는것.
불안한 가운데 남편 몰래 손씨의 요구를 거절하던 이씨 가정에는 76년8월 이씨 생일날 액운이 찾아오게 됐다. 엉뚱하게도 손씨가 이씨에게 생일축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남편 서씨는 부인의 과거를 추궁, 모든 사실을 알게됐고 그해 11월31일 이부부는 결혼 19개월만에「협의이혼」으로 끝장을 내고 말았다.
이혼에 이른 서씨는 손씨의 비행을 관계기관에 진정, 손씨 역시 모든 공직에서 해임되고 말았다.
이씨와의 사이에 그동안 아들까지 얻었던 서씨는 그뒤 77년2월16일 손씨를 상대로 서울지법수원지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었다.
혼인생활을 짓밟아 평화스런 가정이 파탄됐으니 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손씨는 법정에서▲서씨부부의 이혼은 자신과 관련이 없고▲이씨와의 관계는 동료직원의 우정관계이상이 아니며▲결혼후 이씨를 괴롭힌 일이 없었다고 주장, 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으나 1심재판부는 77년6월14일 『피고 손씨는 서씨에게 1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미 결혼한 여자에게 편지를 보냄으로써 그 가정이 파괴된데대해 배상할 책임이있다』 고 판결한것. 1심에서 패소한 손씨는 서울고법에 항소, 『자신이 책임질수없다』 고 맞서 77년11월9일 「원고청구기각」 이라는 판결을 받아 이번에는 피고 손씨가 승소했다.
고법재판부는 판결문에서▲피고 손씨가 원고 서씨의 부인 이씨에게 결혼후에 육체를 요구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으며▲협의이혼이 손씨 때문이었다는 확증이 없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이소송은 각각 1승1패를 거듭한끝에 대법원에까지 올라오게 된것.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심(고법재판부)이 증거 취사과정에서 심리를 제대로하지 않았다』고 지적, 파기시킨 것이다. <정일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