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아 달마를 그린다 석정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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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달마 도를 그리고 있노라면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반드시 달마가 아니더라도 갈대를 그리든 난초를 치든 그것은 마찬가지다.
선 화는 수양의 한 도구다. 아주 어려서부터 금강산 신 계사에서 자란 까닭에 3, 4세 때부터 붓을 들기 시작했다.
14세 전후해선 한재 김일섭 스님한테서 불화를 배우기도 했으나 비화의 경지에 이르기는 이제 10년 남짓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익힌 화법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직관무심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선 화라 할 수 있다. 참선의 경지가 깊어도 선과 그림이 융화되지 않은 경우는 참된 선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선 화는 매우 개성적인 것이고 영감과 즉흥이 의해 그려지는 것이다.
선 화에서 달마(선종의 종조)를 많이 그리는 이유는 그 얼굴이며 행색이 선사상에 맡게 돼 있고 표현하기 좋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달마 도를 그려보니 돌아앉은 달마나 갈대를 타고 도하하는 달마가 더 마음에 들게 되었다.
새벽의 먼동이 트는 창가에 화선지를 펴놓고 앉아 10분, 20분간 먹을 간다.
문밖의 솔바람 소리와 짙게 풍기는 묵향 속에서 선뜻 스치는 게 있다. 그림은 으레 잠시동안에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선 화는 계·정·혜의 세 요소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꾸며서는 안되고 감정이 고요하게 안정돼 있어야 하며 무심한 상태에서 영감으로 형상화되어야 한다. 생활의 방편이나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여 그림을 그린다면 결코 그것은 선 화 일 수 없다.
9년 전에 첫 전시회를 가지기 시작한 뒤 서울과 부산에서 몇 차례 전시회를 가졌다.
그것들은 공익 사업이나 어떤 불사의 요청 때문에 내놓곤 했다.
그림 뭉치를 송두리째 내어 주고 난 뒤 전시장에 가보면 한 두 점 내가 보관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되돌려 가질 수도 없거니와 가져서도 안 된다.
▲51세 강원도 금강산 신계사 태생 ▲무학 ▲승적 송광사 ▲밀양 표충사 진주 의곡사 주지 역임 ▲종회 의원 역임 ▲현주소 부산 동래 금정산 선주 산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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