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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수송의 낙후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도로·항만 등의 사회 간접자본을 산업발전의 골격구조(인프러·스트럭처)라고 부르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 산업 사회에 있어서 화물 수송의 역할은 막중한 것이다.
그것은 재화의 수송이 곧 산업생산의 떼지 못할 한 과정이 될 뿐 아니고 국민 개개인에 있어서는 그러한 재화의 이동이 곧 일상생활의 영위와 직접 관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수송의 기능은 단순한 대물의 공간적 이동만으론 불충분하고 신속·정확·안전성과 경제성이 동시에 실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운수업의 공익성이 강조되는 소이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송 실태는 철도·공로를 가릴 것 없이 이러한 산업사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트럭」을 통한 공로수송의 실태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낙후성을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터무니없이 지연되는 수송시간, 예사로 빚어지고 있는 파손·분실사고, 허술한 보관 시설, 화주에게만 불리하게 돼 있는 보상규정. 불친절한 「서비스」, 이러한 것들이 오늘날 우리나라 공로 수송기관이 풍겨주는 공통된 인상이라면 과언일까.
대물수송은 본래 무형의 수송「서비스」를 상품으로 하는 거래행위다. 때문에 고객(하주)으로부터 의뢰받은 약속이 그대로 실행되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신의와 성실의 원칙이 전제돼야 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고객에게 봉사와 친절을 다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반대 급부를 받는다는 자세가 공익적 사업으로서 운수업의 기본자세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국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수송 수요는 갈수록 증대될 것이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국토의 종합개발에 따른 도로망의 정비, 새로운 고속도로의 건설에 병행해서 수송 분담률의 공로 전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61년까지만 해도 전체 수송의 47·6%에 불과했던 공노부문이 77년의 경우에는 61·9%로 늘어났다. 물량면에서도 61년의 1천5백29만t에서 1억3백71만t으로 무려 66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철도 수송 부담률이 47·9%에서 28·7%로 오히려 준 것을 본다면 공로수송의 의존도가 얼마나 커지고 있는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공로수송의 경영체제도 이제 새로운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공로 수송 담당기업을 대단위화하고 그 시설을 근대화하는 동시에 신속·정확한 대물 탁송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고객으로부터 신뢰감을 얻도록 대물 수송「서비스」 전반의 면모를 일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선진 각국에서 공로수송이 수송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원인도 「도어·투·도어」(문 앞에서 문 앞까지)라는 공로수송 특유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고객에게 만족할만한 「서비스」와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든 대물을「컨테이너」등 일정한 규격 단위로 포장하고 「코드」화하여 화물의 이동 경로를 상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등 화물수송 체계 전반의 근대화 조치가 조속히 추진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현재 만성 체증에 걸려있는 철도와 경쟁하여 공로 수송기업이 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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