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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관리하는 남자 '그루밍족'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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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이달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5년간 자료를 토대로 탈모증 치료를 받은 사람이 5년간 15.3%, 매년 평균 3.6% 늘었다고 밝혔다. 이 중 남성은 연평균 4.8%씩 늘었다. 탈모 고민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탈모까진 아니어도 ‘그루밍’에 관심 많은 남성은 점차 느는 추세다. ‘그루밍’은 본래 동물이 털이나 깃털을 다듬고 체취를 관리하는 걸 가리킨다. 근래 들어 모발 관리 등에 열심인 남성을 ‘그루밍족’이라 부른다.

황성수(36)씨는 한 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 들러 머리 손질을 한다. 이발이나 파마 등이다. 최근엔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두피 관리다. “학생 때도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면 흰머리가 났다. 방학 땐 감쪽같이 사라지더라. 스트레스 탓에 모발이나 두피에 악영향이 있다는 걸 직접 겪어 안다. ”는 게 황씨 얘기다. 서울 청담동 헤어 스파 ‘레이첼바이김선영’의 정수연 실장은 “미용실을 자주 찾는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들 사이에서도 두피 관리용 헤어 스파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탈모가 심각한 남성들은 주로 전문 모발관리센터나 모발이식 병원을 찾는다. 상태가 악화하기 전에 관리 필요성을 느끼는 남성들과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두피 마사지를 받는 남성 고객이 늘고 있다”고 했다. 관련 업계는 두피 관리 제품, 탈모 방지 샴푸 등 ‘헤어 케어’ 시장이 10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홈쇼핑·온라인몰 업체 GS샵 뷰티케어팀 안옥희 차장은 “요즘은 대형마트에서도 모발 영양크림이나 탈모 방지 샴푸 등을 ‘1+1’ 행사로 판촉할 만큼 두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했다”고 설명했다.

◆말끔하게 헹궈야 두피·모발 튼튼=잦은 파마나 염색 등으로 영양이 부실해진 모발 고민이 여성들 것이라면 남성들은 주로 적은 숱과 탈모 등을 걱정한다. 정수연 실장은 “특히 남성들이 잘 못하는 게 샴푸 등 제품이 두피에 남지 않게 씻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샴푸·린스·트리트먼트 등 모발 세정제에는 대부분 ‘제품이 남지 않게 깨끗이 닦아내라’는 안내 문구가 써 있다. 세정제 주성분인 계면활성제 등 화학 성분 찌꺼기가 모공이 숨 쉬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안내문처럼 제대로 씻어내지 않으면 모발·두피 건강을 위한 세정제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려’ ‘미쟝센’ 등 모발 관리 브랜드를 내는 아모레퍼시픽의 최숙희 미용연구팀 대리는 “샴푸액이 직접 두피에 닿지 않게 손에서 충분히 거품을 내고 머리카락 끝부터 살살 문질러 샴푸하는 습관도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특히 정수리 부분에 피지 분비가 많아 이곳을 꼼꼼히 닦는 게 좋다고 한다. 세정제를 고를 때도 주의해야 한다. 미용실 ‘애브뉴준오 청담’의 신선주 부원장은 “아빠 피부, 엄마 피부, 아기 피부가 다 다르다. 얼굴 피부에 맞춰 각자 로션도 따로 쓰는 게 일반적이다. 두피도 피부여서 지성·건성 등 각자 피부 유형에 맞는 제품을 쓰는 게 가장 좋다”고 권했다.

채수훈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요즘 남성이 선호하는 머리 모양을 배우 유아인을 모델로 삼아 제안했다. 고전적인 스타일, 활동적인 모양, 헝클어 자연스럽게 연출한 것(왼쪽부터). [사진 미쟝센]

◆건강한 헤어스타일링=머리숱이 적어지고 이마가 조금씩 더 드러나면 헤어 스타일링도 달라진다. 드러난 이마를 가리려고 억지로 다른쪽 머리를 길러 가리는 사람들도 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채수훈씨는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스타일이다. 풍성하게 보이는 방법으로 손질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방법은 헤어 드라이어 사용법에 있다. 본래 머리카락이 난 방향과 반대로 바람을 불어주며 말리면 된다. 모발이 눕지 않고 서 있으면 숱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왁스나 헤어젤을 바를 때는 최소한을 바르는 것도 방법이다. 스타일링 제품을 많이 바르면 머리카락이 무거워져 가라앉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김효선 부장은 “‘미쟝센 머그샷 파파라치 글루왁스’는 고정력은 강력하면서 항산화·보습 효과를 주는 성분을 추가했다. 헤어 스타일링 제품도 모발·두피 건강에 초점을 맞춰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피부 노화방지 화장품의 대명사인 ‘안티에이징’이 샴푸 등 모발 관련 제품까지 확산됐다. 한방 샴푸로 알려진 헤어 전문 브랜드 ‘려’는 지난 3월 초 ‘진생보 안티에이징’ 라인을 출시해 ‘모발·두피의 노화방지’를 표방하고 나섰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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