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국사책에 수록된 인물 정치·군사 면에 치우쳤다|송춘영(경북교육연구원 연구사)『국사교육과 인물지도』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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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학교 국사교과서의 수록 인물 선정이 정치·군사적 영역에만 치우친 나머지 문화사적 인물에 너무 소홀하고 그 서술내용도 피상적인 망라주의 일변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송춘영씨(경북교육연구원연구사)가 발표한 논문『중학교 국사교육의 인물지도 접근방안』(역사교육 제22집)에 따르면 일선 구사들의 지도내용도 학생들이 인물의 생애나 인간상을 더욱 알고 싶어하는데 반해 인물의 업적만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는 것. 전국 남녀중학생 2천7백명과 국사교사 2백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이 논문은 역사적 인물지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있는 국사교육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행 교과서의 인물선정 및 서술양식·학습지도 방법 등의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사교과서는 중학 2학년이면 예술가·과학자 등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학습발달 단계를 전혀 외면하고 지배자 중심의 정치사적 인물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국사에 수록된 총 인물 수는 4백32명(한국 3백90명, 서양12명, 동양27명)으로 정치·군사적 인물이 52%인데 비해 예술·사상·종교 면의 문화사적 인물은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학활동에 이바지한 인물은 한사람도 없고 여류인물은 아주 빈약해 5명뿐이다.
또 국사대사전이나 인명사전을 찾아야할 정도의 인물(예 옹방강·이제마)들이 수록돼 있는 등 인물선정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수록 빈도 수에서도 3회 이상 나오는 50명중 정치·군사적 인물이 41명으로 당연 으뜸이고 문학·사상·종교가는 17명밖에 안된다. 중학교 국사교과서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13회의 빈도를 가진 왕건이 제1위. 다음으로는 고종·대원군·이성계·공민왕·세종대왕·이승만 등의 순서며 이순신은 3회.
학생들이 가장 숭배하는 국내 역사인물은 이순신·세종대왕·신사임당·유관순·김유신·이이·안중근 등의 순서며 세계사적 인물은 링컨·이순신·나폴레옹·세종·에디슨·슈바이처·나이팅게일 등이다. 국내인물 중 신사임당·유관순이 상위권에 들어있는 것은 여학생들의 의사가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가장 싫어하는 인물은 이완용·원균·대원군·이성계·의자왕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교생들은 대원군을 크게 숭배, 그 순위가 7위로 나타남으로써 역사의식의 발달과 비판의식이 중학생에 비해 발달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중학생들은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문학적 인물을 숭배하는 경향을 보여 세계사상 가장 존경하는 7명(국내 2명, 국외 5명)중 문화사영역의 인물이 3명이나 된다.
또 학생들이 가장 알고싶어하는 내용은 인물생애와 인간상이 전체의 55%로 가장 많고 인물의 업적은 23%, 활동한 시대적 배경은 17%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학생들의 욕망에 반해 교사들의 지도내용은 업적강조가 38%로 가장 높고 생애와 인간상은 31%, 북경은 25%.
더욱 교과서 자체의 서술 내용이 대부분 인물의 생애와 인간상·시대적 배경을 소홀히 하고 업적중심의 피상적 서술에 그치고 있어 학생들의 욕구를 전혀 외면하고 있다는 것.
그는 학생들의 올바른 인물관과 가치관을 확립시키기 위해 역사인물의 활동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당시의 시대적·사회적 배경을 교과서에 충분히 서술하고 교사들의 학습지도용 인물자료집의 시급한 보급을 촉구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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