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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동일-김규화-제3자의 배후 공모인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은희 증발
최은희씨의「홍콩」증발사건은 중국인 왕동일씨와 한국인 김규화씨가 제3의 인물이나 집단과 공모하여 사전에 치밀히 계획한 각본에 의해 이루어진 납치사건으로 심증이 굳혀져가고있다고 수사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이제까지 서류상 초청자로 깊은 혐의를 받아으던「홍콩」의 금정영업공사사장 시조흠씨가 10일상오 경찰에 출두, 『최씨의 초청은 한국인 김규화씨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름만 빌려주었으며 왕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증언함으로써 이같은 추정이 가능한것. 수사당국이 이들 2명을 최씨의 실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있는 것은 최씨의「홍콩」행을 집요하게 추진했던 이들이 최씨가「홍콩」에 도착했을때 공항에서 마중, 몇차례 만났으나 사건발생후에 똑같이 차취를 감추었으며 그후 경찰의 조사결과 이들의 행동및 신변상의 의문점이 여러가지 드러났기 때문.
먼저 김씨행동의 의문점은 김씨가 금정영업공사 시씨에게 부탁, 최씨를 초청한 실질적인인물이었다는 점이다.
김씨는 사건발생후 최씨의 동생 최경옥씨가 최씨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자『14일 사라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질문엔 어물어물 답을 피했으며 서울의 최씨 가족들이 계속 최씨의 행방을 찾고있음을 알자 19일 뒤늦게 한국영사관에 들러 최씨가 20일 서울비행기틀 예약했다고 자발적으로 알려준후 행방을 감추어버렸다는 점등이다.
김씨는 신「필름」시절부터 최씨를 잘 알아 최씨가「홍콩」에 도착했을때 왕씨와 함께 공항에 나가 최씨를 안내했었다.
김씨가 실질적인 최씨초청자였다는 사실과 초청후의 행적으로 미루어 최씨를 「홍콩」으로 유인하는 계획에 가담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왕씨의 행적에도 의문점이 많아 한국방문을위한 「비자」를 신청할 때 이름과 주소·직업등을 모두 허위로 기재했고 한국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대관」영화사지배인·TV 주간지「대전친」사장비서·영화감독등 3종으로 위장했으며 최씨등의 초청업무외엔 전혀 외부접촉을 하지않았다는 점등이다.
또 한국에 머무르는 중「홍콩」에 한국어로 쓴 편지를 김모씨(김규화씨인지는 불분명)에게 보내 최씨등의 초청수속을 밟으라고 알렸고 「홍콩」에 들아가 안양영화예술학교에 관한PR기사를 게재한후 이를 한국인 소개자 박대용씨에게 보냈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들이 「홍콩」영화계에서 상당한 위치를 확보하고있는 것을 과시하기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함께 방한했던 TV주간지 「대전규」주필 소보화씨조차 왕씨가 허왕된 얘기를 많이 해 사기꾼같아 먼저 귀국했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해 주고있다.
이같은 왕씨와 김씨의 행적등으로 미루어 볼때 김씨와 왕씨는 최씨증발사건에 깊숙이 관련돼 있으며 계획자체가 면밀히 짜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씨가 북괴나 제3의 집단에의해 납치가 기도되었다면 신감독과의 이혼후 사생활이 안정되지 못하고 학교운영문제로 고심해온 최씨의 내면을 잘아는 김씨가 공작에 이용했거나 당했다고도 해석할수 있다.

<김규화씨의 여권 72년5월에 실효>
김규화씨는 한국정부가 발행한 여권유효기간이 72년5월로 실효된 여권을 소지하고 있음이밝혀졌다.
외무부에 따르면 김씨가 출국을 위해 여권을 발급 받은 것은 71년4월10일. 단수여권인 이여권의 번호는 229934이며 유효기간은 71년9월8일까지로 되어있으나 주중한국대사관에서 한차례 유효기간을 연장받은 것으로 되어있으며 72년5월에 다시 기한연장을 신청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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