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항「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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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홍콩」은 사치와『007의 도시』를 연상하게 한다. 자유무역항으로 세계의 사치품들을 관세없이 살 수 있다. 그야말로「허영의시장」인 것이다. 그러나『007의도시』답게 으스스한 분위기도 없지 않다.「비자」(사증)없이 드나들 수 있는 이 도시는 바로 중공의 턱밑에 자리잡고 있다. 오랫동안 『죽의 장막』에 가리어져있던 중공을 그나마 간신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바늘구멍이「홍콩」엔 뚫려있었다. ·
중공에서 신문 한 장 임의로 들고 나올 수 없던 시절에도「홍콩」에서는 20「달러」(미화) 만 주면 중공의 신문을 사 볼수 있었다. 중공의 내막기사가 아직도「홍콩」발 외신으로 발신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일설에는「홍콩」이『첩보의 도시』라고도 한다. 세계에서 모여든 첩보원들 만해도 무려 2만명은 될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들은 비단 중공을 대상으로 한 첩보를 추적하는 무리들만은 아니다.「홍콩」은『정보의 자유시장』구실도 한다. 모든 첩보원들이「기브·앤드·테이크」의 정보교환을 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여기다.
그러나「홍콩」은 많은 영화를 통해 또다른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비정의 도시』우리나라 에서도 1950연대에 상영되었던『모정 (모정)』이란 영화는 아직도 인상적이다. 「홍콩」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주인공「월리엄·홀든」은 「홍콩」주재 미국의 어느 통신사 기자였다. 그가 한국동란에 종군, 순직하는 비련의 영화다.
근년에 소개되었던『수지원의 세계』란 영화는「홍콩」빈민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 허영과 사치의 도시 일각에는 만년 수상생활을 하고 있는 빈민들이 10만명이나 된다.
이「홍콩」은 1841년 제l차 아편전쟁이후 남경조약에 따라 영국에 할양되었다. 1860년 다시 제2차 아편전쟁에 의해「홍콩」도뿐 아니라 구룡반도의 남단이 영국령에 추가 되고 신계까지도 포함되었다.
그 후 영국은 99년동안 이 지역을 조차하게 되었다.
현재의 인구는 4백 5만명정도 이 가운데 99%는 중국인이며, 그 대부분이 광동출신이다. 1%의 주민들은 영국인이 가장많고, 그 다음이 영연방계·미국인·「포르투갈」인·일본인들이 차지한다.
이들의 정치적인 성향을 60%쯤이 중립을 지키고 있다. 자유중국의「쌍십절」과 중공의「국경일」에는 각기 청천백일기와 적기가 나부낀다. 그 수는 국제 정세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경찰은 명령아닌 돈이 움직인다는 말도 있다. 그 정도로 신뢰도가 약하다. 경찰의 비위를「홍콩」정청이 조사하려고 하자 이들은 집단시위도 벌인 일이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명여우 최은희씨가 이곳에서 행방불명된「미스터리」는 도무지 궁금하기만 하다. 무대가「홍콩」인 점에선 불길한 예감도 든다. 하나 이 실연「미스러리」만은「해피·엔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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