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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중·고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탈선 중·고교생의 격증현장은 그들이 인생의 중대한 고비를 겪고 있는 연령층이라는 점에서 결코 방관하거나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문제다.
인생이란 어느 때고 중요하지 않는 시기가 없는 것이지만 특히 중·고교의 청소년 시절은 당사자들로서는 「폭풍의 계절」과도 같이 위험한 시기다.
인생이 무엇이냐 하는 데서부터 우정과 이성교제, 자아와 개성의 확립, 장래의 진로문제, 이상과 현실의 간격 등 실로 수많은 문제들로 갈등과 초조 그리고 불안에 시달리기 일쑤다.
따라서 그들의 행동은 수줍기도 하고 대담하기도 하는가 하면 감상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갑자기 어른스러워 지기도하는 등 스스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우발적인 일을 잘 저지르고 자칫 탈선이나 범죄행위로 까지 치닫게 된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미성숙연령층인 청소년 본래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이 지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정서적·신체적으로도 다같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실로 청소년 대책은 가정·학교·사회·국가의 공동책임인 것이다. 그러나 중· 고교생들의 문제에 관한 한 우선 중·고교의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대책이 모색되지 않으면 안된다.
학교교육의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개인의 전인적 발달을 통한 인간형성에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 나라의 학교교육은 학생들에게 시험점수 따는 방법과 요령을 훈련시키는 것을 교육의 전부로 아는 타성에 사로잡혀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지식편중의 교육만으로는 올바른 가치관의 형성을 포함한 건강한 인간의 배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5대도시 고교입시가 연합선발고사에 의한 추첨배정제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능력 격차가 빚는 학교분위기는 학생들의 갈등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마음껏 성장하지 못하고 묶여있어 학습의욕이 상실되고, 반면 열등한 학생은 또 그들대로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여 좌절감에 빠짐으로써 결과적으로 고교생의 비행이나 탈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필연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학교당국의 특별한 생활지도를 강요케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생활 지도실은 벌받는 곳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진실로 교사와 마음을 터놓고 자신의 고민이나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힘든다.
평소에 부단히 학생들과 친절한 가운데 인간적인 접촉을 함으로써 비행의 예방효과를 거두어야할 생활지도가 사후적발 또는· 처벌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있는 형편이다.
한번 실수로 정학이나 퇴학처분을 당한 학생은 다시 문제소년으로 탈선하는 중요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학교에서의 학생지도란 좀 더 구체적으로 삶의 본질이나 진실한 인생 태도가 무엇인가를·제시해주고 잘못이 있을 때는 시정해 주며 격려해주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탈선학생에 대한 처벌위주의 지도는 학교에 대한 부정적 태도뿐만 아니라 성인세대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나아가서는 사회에 대한 부적응 행동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중·고등학생의 탈선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조정과 생활지도의 개선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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