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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경시에선 이장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높은 하늘에는 조그만 점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날고 있다. 이 비행기에선 연장 유리관처럼 생긴 물체가 떨어진다. 이것은 길거리나 지붕 위에 부딪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무슨 물체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연못에 떨어진 물체만은 깨지지 않은채 있었다. 그것을 열어본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모기 몇마리가 앵-하고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은 중국의 모든 도시와 부락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며칠후 실로 가공할 일이 벌어졌다. 수억을 헤아리는 인간들이 밑도 끝도 없이 죽어갔다. 길거리엔 주인을 잃은 개와 겨우 살아남은 도둑들만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1976년5월1일-.
물론 이것은 공상의 이야기다. 단편소설의 귀재 「잭크·런던」의 『기발한 전쟁』이란 소세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그 폐허의 땅엔 총소리도 없이 침략군이 상륙하는 것이다. 이른바 「바이러스」(세균)전쟁의 참화를 그린 소설이다.
역사상 세균전쟁은 한낱 공상소설의 소재만은 아니었다. 일본은 1931년 만주의 「하르빈」교외에 제731부대를 편성한 일이 있었다. 부대장은 「이시이」중장. 그는 바로 악명 높은 세균무기의 제창자였다.
이 부대는 실제로 인체실험을 거쳐 실전응용의 상당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었다.
「페스트」·「콜레라」·「티푸스·「디프테리아」·결핵·파상풍…. 어느 한가지를 보아도 전율을 자아내는 병들이다. 이들은 세균폭탄에 의해 적지에 투하되어 발병을 유인하는 것이다. 1940년 중국의 영파 부근을 휩쓸었던 「페스트」 유행은 바로 731부대에 의한 것이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1959년 영국의 「B·러셀」등이 중심이된 과학자들의 평화운동에서 지적된 「생물무기」들의 특징은 다섯가지였다. ⓛ강한 독성과 감염성 ②대량생산과 대량살포의 가능성 ③방역과 치료의 곤란 ④진단의 곤란 ⑤내성.
이런 조건을 가진 생물무기용 전염병원체는 적어도 1백60종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어떤 병원체는 한사람 단위로 2주간에 41명의 발병을 유도할 수도 있다. 불과 lg으로 2천만명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병원체도 있다.
최근 소연은 바로 이런 「바이러스」들을 대량으로 개발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지구를 거꾸로 돌리려는 음모 같아 으스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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