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가는 안정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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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금년에도 도매물가 상승률을 10%선에서 억제하기 위해서 연간 통화량증가율을 30%한도 안에서 억제하고 국내여신은 35%선까지 증가시킬 것을 골자로 하는 78년도 재정안정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이러한 재정안정계획상의 통화량 증가한도는 10∼11%정도의 실질경제성장률과 10%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전제로 했을때 추정되는 명목통화수요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재정안정계획은 엄격히 말하면 물가안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물가상승률을 작년과 비슷한 10% 정도로 유지키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통화량이 당초한도를 훨씬 초과해서 41%나 증가했고 증가된 통화는 약 3개월 내지 1년반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기 때문에 금년의 통화량 증가한도가 10%선의 물가안정을 위해서 적정한 수준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년에는 통화량 증가한도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작년에도 그랬지만 그 전에도 통화량 증가한도를 당초계획대로 집행한 경우는 거의 예외에 속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60년대 후반이후 주로 통화 관리면에 미치는 해외부문의 교란요인을 중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통화량 한도도 계획대로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금년에 해외부문을 통한 통화량 증가를 전체 증가액의 17%선에서 억제키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있다.
즉 올해 중 수입 자유화시책 등으로 수입을 늘려 국제수지의 균형을 유지하되 해외자본도입을 일정한 수준으로 억제함으로써 외환보유고의 증가를 7억「달러」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무역신용 등 단기해외채무를 적극적으로 상환함으로써 해외부문이 통화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약2억「달러」(1천90억원)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계획되고있다.
물론 이와 같은 계획이 제대로 들어맞게 된다면 금년 통화량 증가에 미치는 해외부문의 교란요인은 상당히 축소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금년에는 통화관리면에서 해외부문보다 재정부문의 적자가 더 중요한 통화팽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양곡관리기금상의 6천억원 적자요인 등을 고려하면 재정적자에 의한 통화량증가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량과 관련되는 순외화자산의 증가는 우리 자체의 계획 또는 정책보다는 국내외 경제여건에 따르는 타율적 요인에 의하는바가 클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해외부문통화량증가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은 항상 준비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한 수단으로는 예금수급조건에 따르는 금리의 자율적 결정을 전제로 하는 미국에서와 같은 공개시장 조작정책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통화조절수단의 채택은 외환부문의 통화량증가를 조절키 위해서 뿐만 아니라 금년에 특히 우려되는 재정부문의 통화팽창을 조절키 위해서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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