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서 베스트 셀러 내며 울분달래는 동독서 추방된 반체제 작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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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독으로 이주하는 동독 작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 동독 작가들은 동독으로부터 강제 추방되었거나 아니면 동독관리의 승인아래 출국한 인사들로 이른바「반립제작가」군이다.
동독작가의 망명은 양독 분단 이후에 시작된 것이나 76년11월 동독당국이 거장「볼프·비어만」을 연금시킨 후 시민권마저 박탈하면서 본격화되었다.
한마디로「토마스·브라시」(32)·「라이너·쿤체」(44)「사라·키르시」(42)·「위르겐·푹스」(25)·「한스·요아힘·섀들리히」(42)·「유레크·베커」(40)등 기라성 같은 이름들과 허다한 무명 작가들이「비어만」의 구제 운동을 벌이다가 끝내는 자신들마저 쫓겨나게 된 것이다.
비록 이들 반체제 작가로선 힘겨운 망명 생활이나 모든 작품이 검열없이 출판되는 터에 몇몇 작품은「베스트셀러」에 올라 오히려 전화위복인지도 모른다.
소설가「브라시」는 76년12월「비어만」사건 이후 처음으로 서구에 망명하면서 그 동안 동독에서 출판이 보류된 자신의 소설집『아버지보다 먼저 죽는 아들』을 출판했는가 하면 시인「쿤체」는『아름다운 지난날』이라는 산문집에 자신이 체험한 분노를 터뜨려 서독 독서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가하면 여류시인「키르시」의『역풍』, 소설가「한스·섀섀들리히」의 산문집『유린된 이웃』, 「베커」의 소설『잠 못자는 나날』도 출판되면서부터 인기를 모아『망명 작가의 작품은 찍어내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이들 작품 가운데 특히「섀들리히」의『유린된 이웃』과「키르지」의『역풍』은 서독의 일부지방에서「베스트셀러」, 망명 생활의 슬픔을 다소나마 잊게 해준다.
이들이 속독에 남긴 작품들은 서독행과 합께 서점에서 깨끗이 사라졌다는 것은 공산권 문화 정책의 공통인 현상-.
그리고 서독 생활의 공통점은 정치 발언을 극히 삼가는 것으로「섀들리히」같은 작가는 여지껏 한 번의 기자회견도 없이 은둔생활을 하는 등 언젠가는 동독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조심스런 몸가짐이다.
여하튼 동독 당국은 스스로를 문화생활의 천국으로 일컫지만 반체제 작가의 서독행이 앞으로 더 없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없다. <본=이근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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