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문화재|최순우씨에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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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마다 문화재 분야의 사업은 격증하고 있다. 78년도에도 해야 할 일이 안팎으로 산적해 있다. 대대적인 계속 사업도 마무리짓지 못한게 수두룩한데 새로 시작되는 신규사업이 또한 그에 못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 사업을 처리해 낼 요원이 따로 증원되는 것도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최순우 관장은 이런 때일수록 사명감을 갖고 침착해야 하리라고 다짐한다.
『우선은 있는 사람들이 있는 힘을 다하는 것입니다. 동난 중에는 직원이 모두 이산돼 남아있는 적은 사람끼리 어려운 여건 아래 정말 사명감을 갖고 난국을 타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요원은 단시일에 양성되든가 충원되는게 아니므로 오늘에도 그런 각오가 절실합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일이 다양해지고 규모가 날로 커짐에 따라 전문가와 기술자의 확보문제가 어느 때 보다도 중요 과제로 제기돼 있다
『요원 확보에는 제도 면에서 새로 모색해봐야 할 시기가 됐읍니다. 임용상의 복잡한 제약이라든가 보수와 연구활동의 여건 등이 타개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귀국해 일할 소지를 마련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읍니다.』
당장 국립박물관이 해야할 큰 사업만 하더라도 79년5월부터 미국서 열리는 한국 미술 5천년전의 출품 유물 선정과 사진촬영·해설 등을 작성해 현지에 보내야 한다. 미국측에서는 이 도록을 50만부 발간할 계획이어서 미국민에게 한국문화를 심어줄 절호의 기회.
현재 골조가 거의 다 돼 가는 광주박물관은 가을까지 완공 계획이므로 내부 시설의 여러 가지「테스트」와 호남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진열품의 선정 등 개관준비로 바쁜 한해가 될 것 같다.
제주에 설치되리라 하는 민속 자연사 박물관은 도립기관이 되겠지만 역시 같은 박물관의 입장에서 커다란 관심사의 하나.
단순한 관광목적만이 아니라 학술적으로 제주문학의「센터」구실을 하도록 가꿔주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국립박물관의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문화재관리국의 금년도 발굴 및 보수 사업은 1백50여건.
수년에 걸친 계속 사업인 신안해저 유물의 인양, 경주 황룡사 터의 발굴과 안압지의 복원, 수원 성곽의 보수, 남원 만인의총의 정화 등 굵직한 공사가 전국에 걸쳐 베풀어진다. 이에 소요될 예산만도 약1백억원.
한편 대학 박물관 측에서도 또 다른 조사 연구사업을 벌인다.
동대의 강화 유적발굴과 경북 지구 불화조사, 단대의 양양 진전사터 발굴과 단양지구 지표 조사, 서울대의 한강유적 선사 유적 발굴과 경북대의 가야 고분 정리 등등이 손꼽히며 전남대·충북대·계명대·동아대 등 지방의 여러 대학에서 그런 연구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대학의 이러한 열기에 따라 자연히 훈련된 지도교수를 필요로 한다.
최 박물관장은『문화재에 대한 사랑은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사랑하고 비록 이 분야의 적은 인원이지만 서로 능률화하자』고 제의한다. 발굴은 꼭 필요한 것에 한하여『후회없는 조사』를 하며 특히 보존 과학에 의한 뒤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국립박물관이나 문화재 관리국에는 보존 과학실이 설치돼 있지만 아직 초창기의 미미한 단계. 각 대학은 물론 요원의 해외 파견 등 시급한 일의 하나다.
이점 최 관장은 다음과 같이 매듭 짓는다.
『일이 많을 때일수록 침착하게 최선을 다 해야겠지요. 후대에 물려주어 부끄럽지 않도록 오늘 견실하게 준비하는 작업과 마음가짐이 한층 소중한 때입니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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