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입김 따라 춤추는 국제 통화|세계 통화전쟁에 도사린 복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해 11월부터 터진 「엔」화 폭등과 「달러」대 폭락은 세계 통학 질서를 불안정하고 심각한 사태로 발전시켰다.
「카터」대통령은 사태의 중대성을 깨닫고 「달러」화 방위 조치에 나서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통화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다.
「국제 통화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최근의 통화정세의 이면에는 국제 정치가 작용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
지난해 4월 「카터」미 대통령이 소련의 인권 정책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서자 소련이 「카터」의 인권 정책에 반발하여 「베를린」을 재 봉쇄할 것이라는 말이 「유럽」에 나돌았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서독에서는「마르크」화의 유출이 시작되어 불과 1주일 사이에 공적준비금 32억 「마르크」를 상실했다. 이 같은 「마르크」화의 유출은「유럽」금융계가 국제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가를 잘 반영해 주는 것이다.
서독의 경제계가 「카터」정권의, 대소 외교실패에 따른 동서긴장 격화를 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프랑스」에서도 좌파세력 신장을 경제계는 경계하고 있다.
대기업의 국유화를 주장하는 좌파가 지난해 8월 지방선거에서 우세를 보이자 「프랑스」경제계는 자본의 국외 도피 현상이 있었다. 『「유럽」은 위험한 상태에 있다. 외부로부터는 소련의 위협이 증강되고 있고 내부에서는 좌익이 진출하고 있다. 청치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본의 해외도피는 당연하다』고 「취리히」의 한 은행가는 설명해준다.
좌파 집권에 따른 기업의 국유화를 우려하는 「프랑스」기업가와는 달리 영국의 경우는 자산가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지 않다.
영국은 철도·전력·「가스」등 공공부문에서 국유화가 진행되고있지만 계급투쟁이라는 측면은 없고 구소유자·주주에 대한 보상도 충분하다. 따라서 자산가는 「국유화」를 적자기업에서 벗어나는 호기로 보고 있을 정도다.
세계 통화정세에 큰 영향력을 갖고있는 것은 중동 산유국의 「오일·달러」. 세계 최대의 여유 자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고는 4백억 「달러」, 세계 제1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 말고도 3백억 「달러」의 여유자금이 있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막대한「오일·달러」가 움직일 경우 「달러」화가 저항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오일·달러」가 「엔」화 매입에 나설 것인지 여부가 세계 금융계의 관심거리다.
또 동경 외환 시장에 한하지 않고 세계주요 통화 시장에서 다국적기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그들은 매일 통화를 점검, 강세 통화는 수중에 남겨놓고 약세 통화는 방매한다.
특히 「엔」화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은 국제석유「카르텔」「메이저」다.
「메이저」는 일본에 유력한 계열사 회사를 갖고 있어 일본으로부터 원유 대금, 계열하의 제유소의 이익이라는 형태로 연간 1조「엔」의 「엔」화를 입수하고 있다. 이「엔」화 자금을 「메이저」는「달러」로 바꾸지 않고 일본 국내에 보유하고 있고 산유국에 지불할「달러」는 「유러달러」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 같은 자금 조작은 「메이저」가「엔」화에 대해서「리스·앤드·래그」(lease and lag)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의 원유 대금 결제는 일반적으로 1백20일의 지불유예를 두고 있는데 「메이저」는 계열하의 정유 기업에 대해 2백40일까지 대금결제를 늦추고 있다. 이 같은 1백20일간의 지불 연장으로 「메이저」는 막대한「달러」차익을 얻고 있다.
한편 「뉴욕」에서는 「메이저」의 전략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미국에 막대한 재고를 축적하고 있는 한편 「엔」화를 중심으로 강세 통화를 매입하고있어「메이저」가 「달러」이탈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다.
『「달러」이탈이 「메이저」의 기본 전략이라면 미 「달러」를 석유로 바꾸고 강세 통화를「리스·앤드·래그」로 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엔」화 폭등의 배경에는「메이저」가 도사리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세계에 강력한 판매망으로 각국 정부의 중추부에 정보망을 갖고 있는 「메이저」는 그것 자체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다.
현재의 통화정세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약소국 통화의 평가 절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엔」화가 절상되는 것은 이 같은 정세 아래서는 당연하다는 것이 국제 금융계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일본인들은 풀이한다. <김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