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드럼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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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라인(Drum Line)'은 경쾌한 청춘영화다. 또 전형적인 미국 영화다. 미식 축구 경기의 분위기를 돋우는 대학생 밴드부의 흥겨운 리듬이 물결치고, 치어리더들의 신명난 댄스가 일렁인다. 빠른 속도로 울려대는 드럼 소리에 몸이 절로 들먹거릴 정도다.

게다가 적당한 감동이 끼어든다. 음악적 재능 하나로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젊은 음악도의 성장통(成長痛)이 테마인 것.

부자 간 갈등과 동료 간 우애, 그리고 제법 상큼한 사랑도 있으니 상업영화의 ABC는 고루 갖춘 셈이다. 하지만 그게 약점이다. 얘깃거리가 많다 보니 무엇 하나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저 볼 만한 영화, 무난한 영화로 그치는 것 같다.

그 가운데서 하나 건졌다면 역시 음악이다.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럼 스틱을 빠르게 두들겨대고, 덩치 큰 튜바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또 각 대학 밴드부가 학교의 명예를 걸고 운명의 대결을 벌이니 팽팽한 긴장감도 감돈다.

드럼 라인은 1백여명으로 구성된 밴드 가운데 맨 앞 열에 서는 드럼 주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밴드부의 꽃에 해당한다.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도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흑인 청년 데본(닉 캐넌)이 천부적인 드럼 실력을 발휘해 자신을 완성해간다.

무명 음악가인 아버지에게 품었던 반감을 씻어내고, 그의 재능을 시기했던 선배 드러머와 화해하고, 치어리더 단장과 예쁜 사랑을 가꿔가고, 악보를 읽지 못해 한때 밴드부에서 탈락했던 열등감을 극복한다.

또 오직 재능만을 믿었던 자신의 편협함을 인정하고 다른 주자와 하나가 돼야 제대로 된 화음을 내는 밴드의 가치를 깨닫는다.

하이라이트는 대학가 최고의 밴드부가 실력을 겨루는 마지막 장면. 에미넴의 영화 '8마일'에서 인상적이었던 랩배틀(랩가수들이 1대1의 실력을 겨루는 장면)과 유사한 드럼배틀이 나온다.

고난도의 스틱 기술과 강하고 빠른 비트, 그리고 매스 게임과도 같은 일사불란한 연주가 오랜 잔영을 남긴다. 감독 찰스 스톤 3세.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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