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풍경] 수원 '송풍가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8면

대한민국 대표 음식 중에 갈비는 빠질 수 없다. 갈비 중에도 으뜸인 것처럼 접두어 '왕'이 달린 갈비가 있다. 수원의 갈비가 바로 왕갈비다.

외지인이라면 '다른 지역은 그냥 갈비인데 왜 수원에서만 왕갈비라고 할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수라상에 오르던 특별한 갈비인가'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려 보기도 한다.

그러나 답은 허탈할 만큼 단순하다. 크기가 커서 왕갈비다. 일반적인 갈비의 뼈 길이는 3~4㎝다. 그런데 수원 왕갈비는 족히 10㎝가 넘는다. 갈비 한 대만 올려도 불판을 덮어버리고 남을 정도다.

경기도 수원 시내에 들어가면 이런 저런 왕갈비집이 3백여 곳에 달한다. 명성이 자자한 수십 년 된 곳도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오랜 역사를 갖춘 곳은 아니지만 수원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 있다.

송죽동 경기일보 근처에 위치한 '송풍가든(031-252-4700)'은 고등학교에서 가사과목을 가르쳤던 전직 여교사가 운영하는 갈비집이다.

"참나물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좋아요. 갈비랑 함께 드세요.""우리 집은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안심하고 드세요.""주로 재래식 조선간장과 포도 발효 식초로 맛을 냅니다." "무농약.저질소 채소를 산지에서 택배로 공급받습니다."

종업원들이 반찬을 식탁에 올리고 나면 이 식탁 저 식탁을 돌며 손님들을 상대로 '음식 공부'시키는 사람이 주인이다. 공부랑 담쌓고 지냈던 손님은 "학창시절 짜증나던 '수업'시간이 재연되는 고통의 순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수시로 '수업'을 한다.

식욕을 돋우는 한 잔의 감식초로부터 식사가 시작된다. 달지 않게 칼칼한 맛을 낸 꽃게 무침, 올리브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 아삭아삭 씹히는 생고구마와 풋고추 등 반찬 차림이 펼쳐진다.

뒤이어 이 집의 주인공 메뉴인 왕갈비가 새송이버섯과 함께 숯불화로에 오른다. 갈빗살은 간이 배어 노릇노릇 익어간다. 적당한 두께라서 부드러우면서 씹는 맛이 난다. 칼집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질기지 않다. 살점을 부드럽게 만드는 노하우는 냉장 숙성에 있다고 주인이 귀띔한다.

식사는 된장찌개에 조밥. 양념 갈비는 1인분 4백50g에 2만4천원, 생갈비는 4백g에 2만6천원이다. 실속을 챙기려면 양념 갈비 2백50g에 풀코스 식사를 할 수 있는 갈비 정식(1만4천원)이 낫다.

후식을 먹으며 부른 배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때 주인 선생님은 "야콘은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좋다"며 손님들에게 '종례'까지 해주며 배웅한다.

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