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유통마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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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농수산물은 유통구조의 다단계·다원화와 유통을 맡은 중간상인들의 농간이 개재되는 등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피해를 보고있다. 따라서 물가상승을 선도하고 있는 농수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미곡의 경우 산지에서 80㎏가마당 2만3천5백원에 출하되는 일반미 상품이 수집상과 하주·도매시장·소매상을 거치는 동안 3천원에 달하는 순「마진」이 붙어 소비자에게는 4천5백원이 비싼 2만8천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집상·하주는 유신·밀양 등 값이 떨어지는 다수확 품종을 일반미에 섞어 상품 일반미 값을 받음으로써 외형상 나타나는 이익을 훨씬 넘는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매점매석으로 수급을 조절, 산지에서 싼값에 사들여 보관했다가 비싼 값에 소비지에 출하, 쌀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지쌀값이 떨어지는데도 소비지인 서울의 쌀 소매 값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오를 때는 앞질러 뛰어 농민과 소비자가 다같이 피해를 보고 있다.
청과물이나 채소·생선·육류도 마찬가지.
출하가 본격화된 사과(국광상품)의 경우 경북 산지 값은 상자(15㎏)당 3천5백원 하는 것이 능금조합과 소비지 공판장을 거쳐 소매상의 손에 가면 산지 값보다 65∼70%비싼 5천8백원∼6천원에 거래된다. 그러나 이처럼 농협공판장을 거치는 경우는 오히려 다행이고 중간도매상인이 산지에서 직반출, 소비지에 출하할 때는 15㎏짜리가 14㎏ 흑은 13㎏짜리로 둔갑, 일반소매상에서 내용을 모르는 소비자에게 같은 값에 팔려 중간상이 폭리를 취하는 반면 소비자는 눈을 뜨고 손해를 보게된다.
중간유통과정에서 가장 「마진」이 많이 붙는 것은 생선류.
고등어의 경우 부산항에서 상자(30마리들이 중품)당 1천3백원에 양륙된 고등어는 위판장→중개인→지방도매업자의 손을 거쳐 서울수산시장에 들어오면 2천5백원에 거래되고 여기서 다시 중개인→도매상→소매상에게로 가면 60%이상의 「마진」이 붙어 소비자에게는 4천5백원선에 팔린다.
산지에서 한 마리에 43원 하는 고등어가 서울 변두리시장에서는 1백50원으로 둔갑하는 셈이다.
생선의 유통과정에서도 중간도매상들이 대규모 창고를 보유, 값을 조절하며 수산시장을 거치지 않고 시중 도매상인과 직거래함으로써 또 하나의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파동을 빚고있는 육류도산지 우시장이나 돼지시장 중개인들이 농간을 부려 싼값에 사들인 가축을 소비자시장에 고가에 내놓음으로써 쇠고기·돼지고기 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농산물유통구조에서 최근 특히 두드러진 현상은 도매상인들이 농협공판장이나 소비지 도매시장을 기피, 각종 수수료나 기금의 납부를 기피하는 한편 시세도 경락에 의한 도매시장가격에 준함으로써 중간「마진」을 높이고 동시에 당국의 위생검사 등을 회피함으로써 유통과정상 국민의 보건 관리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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