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찬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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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단연코 농구와는, 인연을 끊겠어요.』 한국 「스포츠」사상 최대의 「스카우트」파동을 일으킨 여자농구의「슈퍼스타」 박찬숙(18·숭의여고3년)은 77년은 정말 지겹고 지루한 한해였다고 말한다.
여장부「타입」(키1m80cm, 체중 92kg)인 박양의 어머니 김순봉여사 (46)도 지난봄부터 시작된 각 실업「팀」 관계자들의 끈질긴 포섭공작이 즐거웠으나 막판에는 온식구가 「스카우트」의 희오리 바람속에 열병을 앓다시피해서 지겹다 못해 몸져 눕기까지 했다는 것.
이처럼 한국농구의 금년 한해는 박찬숙으로 시작되어 박찬숙으로 끝이났다고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박양의「스카우트」소동은『l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제나름대로의 판단아래 각 실업「팀」들이 은밀하면서도 필사의 투쟁을 벌임으로써 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고졸업 농구선수는 돈을 많이 받고 어느 특정 「팀」에 갈수 없게 만들어놨다..이것이 소위 현행 「드래프트」제도.
이 「드래프트」때문에 각 실업 「팀」들은 박양측과 사전약속을 했다. 금융3, 실업2개「팀」씩을 본인이 지명하게 된 현행 「드래프트」에서 『만일 박양이 우리「팀」을 지명하고 추첨에서도 박양을 뽑게 되면. 거금을 주겠다』고.
이같이 갖가지 풍문이 떠도는 가운데 취업 「팀」지명이 마감되면서부터 「트래프트」는 소용돌이 속에 빠지기 시작했다. 「코오롱」이 은행 「팀」들과 담합하여 박양은 이미 「코오롱」 에「스카우트」됐다는 그럴싸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 박양은 서울신탁은·상은·국민은등의 은행3개 「팀」과「코오롱」·태평양화학등 실업2개 「팀」을 취업「팀」으로 희망했다. 그러나 「코오롱」을 제외한 나머지「팀」들은 묘하게도 모두『내느라』 하는 「센터」들이 버티고 있어 이들이「코오롱」과 사전담합 했다는 풍문이 더욱 짙어졌다.
결국 회오리속의 「드래프트」 추첨에서 불운(?)하게도 우선순위를 뽑은 은행(서울신탁은·상은)이 박양의 지명을 기피하자 한국화장품·삼성·선경등 3개실업 「팀」은 「사전담합」의 비리를 주장, 퇴장하고 엉뚱하게도 태평양화학이 어부지리로 박양을 뽑았다.
결국 「박찬숙파동」의 후유증은 아직도 아물지 않아 한국화장품과 삼성은 농구협회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선수도 못뽑고 해체의 위기에 놓여있다.
「슈퍼스타」박찬숙으로 야기된 「드래프트」파동은 여자농구를 파국으로 몰고간채 해를 넘기게되어 개운치 않은 새해를 맞게됐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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