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집트 협상-얽히고 설킨 「쟁점」과 「양보선」|문답으로 알아본 중동 평화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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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과연 성취될 것인가. 「사다트」-「베긴」 회담, 「베긴」-「카터」 회담, 그리고 「베긴」-「사다트」 2차 회담. 지금 「이스라엘」과 「이집트」에서는 과거 견원지간의 불가능했던 「평화」가 곧 이룩될 것처럼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아직도 「시리아」 등 여러 「아랍」국들은 강경한 반대 입장. 문답식으로 중동 평화 추진 가능성과 지금까지의 회담 상황을 풀어 본다.
「사다트」와 「베긴」의 중동 평화 추진 회담이 25일 「이집트」쪽에서 열린다는데….
-성탄절을 기해 「이집트」의 「이스마일리아」에 있는 대통령 별저에서 열린다. 73년 전쟁 때 「이집트」군의 발진 기지인 이곳에서 성탄날 회담을 함으로써 중동 평화 성취의 중대한 의미들 주겠다는 선전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이날은 또 「사다트」의 59회 생일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두 정상은 ①일괄 평화 해결의 일반 지침 ②「카이로」 회담의 다음 단계 ③「카이로」 회담의 외상 회담 승격 등 논의가 이루어질 것 같다.
「카터」-「베긴」 회담 결과, 「베긴」의 제안은?
-「베긴」의 제안은 ①「이스라엘」 선박의 「아카바」만 자유 항해 확보를 위해 「샬름·엘·셰이크」항과 몇개 유대인 정착촌들을 제외한 「시나이」 반도 전역으로부터 철수 ②「시나이」 반도의 완전 비무장화 ③「요르단」강 서안으로부터 전면 철수하되 안보상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되는 「요르단」강 연안의 주요 전초 기지들을 계속 확보 ④「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주권은 어느 국가도 행사하지 않으며 행정과 경찰은 「요르단」 「팔레스타인」 공동 책임 하에 두고 유대인 정착촌은 존속시킨다 ⑤「요르단」강 서안 주민에 자치권을 주기 위한 주민 투표를 20년 안에 실시하되 그 동안 「아랍」 각국에 산재해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은 허용하지 않는다 ⑥「가자」 지구는 「요르단」강 서안과 같이 비무장화한 후 자치를 허용한다는 등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은 「이스라엘」의 대폭적인 양보처럼 보인다. 과연 「이집트」 등 「아랍」측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이스라엘」의 종래 주장을 토대로 생각하면 상당한 양보로 보인다. 「사다트」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 「이스라엘」이 일종의 보답으로 제시한 이 「평화 안」은 「이집트」에 대해 상당한 이익을 보장하고 있다.
즉 67년 제3차 중동 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시나이」 반도를 선선히 「이집트」에 돌려주겠다는 뜻이 중시되어야 한다. 물론 「이스라엘」 안보상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샬름·엘·셰이크」항과 몇개 전략 요충은 여기서 제외되고 있는 점은 있다.
이에 대해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제안 내용은 상당히 미묘하다. 이 지역은 종래 「아랍」측에 의해 신성한 「팔레스타인」인의 옛 땅으로, 「이스라엘」인에 의해 거룩한 「에레미아」의 땅으로 주장됨으로써 그 어느 쪽도 양보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인식돼 왔다.
그런 만큼 어느 의미에서 「파격적 희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상당한 안전 장치를 두고 있다. 이곳 주민에게 자치권을 주기 위한 주민 투표를 10∼20년 후에 실시한다던가, 유대인 정착촌을 그대로 존속시킨다던가, 「아랍」권에 산재한 「팔레스타인」인의 유입을 막는다는 등이 그것이다.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종래 「아랍」측 주장, 특히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는 어떤 입장인가.
-PLO를 비롯한 「아랍」 강경파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 PLO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인의 독립국을 세우길 원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67년 전쟁 이후 「요르단」에서 탈취한 「요르단」강 서안 땅이 먼 옛날 유대인 조상의 땅임을 상기시키면 이미 90여개의 유대인 촌을 건설해 왔다.
그러나 이곳을 「이스라엘」이 PLO에 넘겨주어 독립시킬 경우 이들이 불시에 침입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현재의 「팔레스타인」 주민과 「요르단」을 묶어 행정을 담당토록 하는 선을 고집하는 것 같다.
「시리아」는 왜 반「사다트」 노선에 앞장서고 있는가.
-한마디로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단독 외교 행각 때문이다. 「아랍」 나라들은 「이스라엘」과의 협상에서 공동 대표단에 의한 공동 보조를 약속했었다. 「사다트」가 「아랍」권의 「스타·플레이어」로서 독자적 행동을 취했으므로 「라이벌」격인 「시리아」가 화를 낸 것은 당연하다.
「사다트」는 왜 「아랍」 결속을 깨면서까지 「이스라엘」과의 조속 「협상」을 추진하려 하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집트」 내정 불안, 특히 경제 난국 타개를 들 수 있다. 높은 「인플레」·실업률은 물론 연 40억「달러」 이상의 예산 적자, 25억「달러」 정도의 국제수지 적자 등에 쫓겨 더 이상 과도한 국방비 소모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때문에 그는 지지 부진한 공동 협상의 길을 내리고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의 길을 택해 도박을 시도한 것이다.
실무자급의 「카이로」 회의는 결국 「아랍」측이 외면한게 아닌가.
-「사다트」는 반대파들의 참석 문호를 개방해둔 채 「이집트」-「이스라엘」 직접 협상을 단독 협상으로 매듭 짓겠다는 결의다. 그는 평화 협상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나라들은 평화 성취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 단독 협상으로 문제를 타결하겠다는 뜻을 은근히 비추기도 했다.
「이집트」-「이스라엘」 단독 협상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은 「아랍」측 전체와의 협상이 아니기 때문에 분쟁은 계속될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랍」 당사국 중 인구 3천6백만명의 「이집트」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 모두 합해 1천2백만명 밖에 안 되는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니 「이스라엘」-「이집트」 단독 협상은 결과적으로 중동 평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동을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이해는 어떤가.
-미소는 영향력 행사를 둘러싸고 상반된 이해를 갖고 있다. 「아랍」측에서 친미 노선은 「이집트」 「사우디」가, 친소 노선은 「시리아」·「리비아」·PLO가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이집트」-「이스라엘」 접근은 미국의 배후 조종이라고 해석된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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